생명과 기술을 보호하는 법의 언어
“이 약은 특허가 끝났나요?”
“이 성분은 복제해도 되나요?”
제약회사의 실무자들 사이에서 특허는 종종 이런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신약을 기획하고, 제품을 출시하고, 기술을 수출하기까지 — 제약산업에서 특허는 기술이자 전략이며, 동시에 법률입니다. 그러나 정작 ‘특허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실무자는 많지 않습니다.
특허는 기술을 보호하는 독점권입니다
특허(Patent)는 발명자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부여하는 권리입니다. 다시 말해, 새롭고, 진보적이며, 산업적으로 유용한 기술이어야 특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약산업에서는 의약품의 신규 화합물, 제형, 용도, 결정형, 제조방법 등 다양한 기술이 특허의 대상이 됩니다.
특허의 핵심은 ‘공개와 보호’입니다. 기술을 공개하는 대신, 일정 기간(통상 20년간) 독점권을 부여받습니다. 이 독점 기간 동안, 경쟁사는 동일한 기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R&D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의 핵심입니다.
국가가 이렇게 발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이유는, 바로 기술의 공개를 촉진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술은 기존의 기술을 개량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만약 특허라는 제도가 없다면, 발명자들은 자신의 발명을 모두 영업비밀로 유지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는 발명자에게 위와 같은 인센티비를 줘서 발명의 공개를 촉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약산업 특허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의약품은 특허를 받은 후에도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를 거쳐야 시장에 출시됩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판매까지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제약산업에는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라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합니다.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허가를 받기 위해 소요된 기간을 고려하여, 최대 5년까지 특허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최근에는 법 개정으로 위 5년에 대해 재차 상한까지 설정됨).
또한 의약품 특허는 단일 특허가 아닌, 복수의 특허 포트폴리오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신약에 대해 원천물질 특허, 제형 특허, 결정형 특허, 용도 특허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이 중 하나라도 유효하면 제네릭 출시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물론, 물질특허를 제외한 나머지 특허의 경우 회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무자가 알아야 할 이유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술을 도입할 때, 단순히 허가만 받으면 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특허를 검토하지 않고 신제품을 출시하면, 타사의 특허를 침해하여 수백억 원대의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쟁사의 특허를 정밀하게 분석해 무효화하거나 회피 설계를 통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오히려 공격적 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특허는 ‘전략’입니다.
특허청구항을 읽을 줄 알고, 기술 내용을 해석하며, 경쟁사의 특허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다면 — 실무자는 회사의 방향성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특허 전략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특허 제도의 세부 요건이나 소송 구조가 상이합니다. 미국에는 Paragraph IV라는 제네릭 특허 도전 시스템이 있고, 유럽은 중앙-국가별 특허의 복합 구조를 가집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특허 법제도와 제약산업 구조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특허를 아는 것이 경쟁력이다
특허는 단지 변리사나 법무팀의 영역이 아닙니다.
제품기획자, RA, 사업개발 담당자, 심지어 영업팀까지 — 누구든지 특허의 핵심을 이해하고, 기술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업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제약산업에서 특허를 모른다는 것은, 전장에 나가면서 지도를 들고 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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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 이일형(ilhyu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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