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AI의 새로운 협업 구조
게임이 정식 출시되는 순간부터 게임 사업 팀의 머릿속엔 한 가지 질문이 맴돌기 시작합니다.
“우리 게임, 무사히 돌아가고 있을까?”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걸친 기획, 개발, 마케팅을 지나 드디어 유저와 마주한 이 시점은, 업무의 끝이 아니라 사실상 ‘서비스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야말로 가장 민감한 구간입니다. 접속 폭주, 버그, 서버 불안정, 예기치 못한 유저 이탈… 문제가 생기면 너무 빠르게 확산되고, 대응이 조금만 늦어도 유저는 바로 등을 돌립니다.
그래서 지금, 게임 업계는 반응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제는 AI가 먼저 감지하고 먼저 대응하는 실시간 자동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게임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된 다섯 가지 AI 기반 실시간 대응 사례를 소개합니다.
발로란트 (VALORANT) 출시를 앞두고 Riot Games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서버가 견딜 수 있을까?”
사람이 직접 테스트할 수 없으니, AI 시뮬레이션 모델을 훈련시켰습니다.
과거 유저들의 접속, 이동, 전투, 이탈 패턴을 학습한 AI 에이전트가 수백만 명이 동시에 플레이하는 상황을 클라우드에서 자동 재현한 것입니다. (참고: AI가 함께 준비하는 게임 런칭)
해당 시뮬레이션 덕분에 실제 런칭 전 DB 병목 지점을 사전에 찾아내고, 캐시 누적, 리전 분산 정책 등을 조정해 런칭 당일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출시 이후에는 장애 발생 시 AI가 실시간 로그를 분석해
"지금 어떤 문제가 생겼고, 어디를 먼저 조치해야 하는지"를 운영자에게 자동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버 재시작 여부, 특정 기능 제한, DB 연결 상태 확인 등 단계별 가이드를 통해 장애 대응 시간도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모니터링이 넘어, 시간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을 제안해 주는 실시간 '운영 어시스턴트'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4년 이후 넥슨은 본격적으로 AI 기반 운영 자동화를 시작했습니다.
기술 파트너는 AWS였고, 현업 운영팀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해당 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 AI가 함께 준비하는 게임 런칭)
AI가 서버와 유저 지표를 지속적으로 학습
정상 범위를 벗어난 흐름 (예: 특정 서버 트래픽 급증, 유저 이탈 증가 등) 실시간 탐지
문제 원인 자동 분석 후 운영팀 공유
정기 리포트도 자동 생성하여 관리자 판단을 도움
과거에는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누군가가 로그를 직접 확인하고,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한 후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1-2분 내에 자동화됩니다.
또한, 유저의 비정상적인 플레이 행동이나 커뮤니티에서의 이슈 확산 등도 AI가 조기에 탐지합니다.
해당 시스템 덕분에 운영 응답 속도는 4배 이상 빨라졌고, 연간 운영 비용은 40% 이상 절감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본 사례가 실무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AI가 '운영 데이터를 자동으로 읽고, 해석하고, 정리해서 행동 제안까지 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게임 운영 기업 PTW는 ‘REACT’라는 이름의 고객지원 자동화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AI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결합입니다.
유저가 문의를 남기면, AI 챗봇이 해당 내용을 분류하고 긴급도를 판단해 자동으로 응답하거나,
RPA가 사내 시스템과 연동해 작업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계정 초기화, 보상 지급, 게임 내 기능 확인 등의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이 시스템은 24시간 365일 동안 작동하며, 전 세계 20개 언어를 지원해 유저의 CS 요청을 신속하게 처리합니다.
REACT 도입 전에는 전체 문의의 10%만 자동화되었지만, 현재는 전체의 42%가 AI와 RPA를 통해 처리되고 있습니다.
특히, 긴급 요청의 평균 응답 시간은 22시간에서 6.5시간으로 크게 단축되었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유저 대응이 자동화되면서, 운영팀은 더 이상 사소한 작업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진짜 중요한 이슈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단순 처리 업무를 줄이고 "운영 전략"에 집중하는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레프트 4 데드 (Left 4 Dead) 시리즈의 핵심은 '몰입감'입니다.
하지만, 게임이 너무 쉬우면 지루해지고, 반대로 너무 어려우면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alve는 ‘AI Director’라는 혁신적인 실시간 난이도 조절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 AI는 플레이어의 실력, 현재 체력 상태, 보유한 무기, 최근 전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적의 등장 위치, 적의 수와 공격 패턴, 보상 배치, 이벤트 발생 간격 등을 실시간으로 조절합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들이 '내 게임이 나의 상황에 맞춰 반응해 주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이에 따라 게임을 더 오래 즐기게 됩니다. 실제로 평균 플레이 타임은 2.1배 증가했고, 4주 차 리텐션(유지율)도 19% 포인트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미리 정해진 난이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현재 상태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와 전개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품질 관리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더욱 몰입감 있는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NVIDIA의 ACE(ACE: Automated Character Engagement) 기술은
NPC와 유저 간의 대화 경험을 실시간으로 생성형 AI가 구현하도록 만든 플랫폼입니다.
과거에는 NPC가 미리 정해진 대사만 반복했지만, 이 시스템은 유저가 하는 말의 의도와 현재 게임 상황을 파악해 즉석에서 문장을 생성합니다. 즉, 질문에 맥락에 맞는 대답을 생성하고, 감정까지 담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며 더욱 몰입감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왜 이 퀘스트를 받아야 해?"라고 물으면, NPC는 퀘스트의 맥락에 따라 "지금 마을이 위험해. 네 도움이 필요해."처럼 상황에 맞는 대화를 이어갑니다.
결과적으로 NPC와의 상호작용 시간이 2.3배 증가하면서 플레이어의 만족도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대화 기반으로 진행되는 퀘스트의 수락률은 1.8배나 증가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AI는 단순히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게임의 품질과 유저 경험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례로 AI가 모든 걸 자동화해 준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AI 자동화 + 인간 판단을 근거로 한 통제’의 균형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넥슨의 이상 탐지 AI는 경고까지만 하고, 최종 판단은 운영자가 내립니다.
Riot의 장애 대응 AI도 서버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 ‘추천 리스트’만 제공합니다.
NPC 생성형 AI 역시 게임 세계관, 대사 가이드라인 등의 프레임워크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즉, AI는 판단을 돕고 반복 작업을 줄이는 역할이며, 마지막 선택은 사람의 몫입니다.
이제 게임 품질은 운영자의 손끝에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AI의 실시간 탐지, 해석, 제안이 게임의 안정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I는 단순히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술을 넘어서, 게임 운영 전반에 걸쳐 실무자의 판단과 실행을 돕는 실전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게임에 AI를 왜 도입하려 하는 것인지, 트랜드 및 경쟁작 분석, 계약 검토, 게임 기획, QA 자동화, 마케팅, 런칭, 운영에 이르기까지 게임 퍼블리싱 프로세스를 거치며, AI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AI 업무는 전문가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AI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에서는 ‘AI팀과 게임 사업 실무자가 어떻게 협력하면 좋은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모델, 학습 데이터, 정확도, 오차율, 파라미터… AI팀이 사용하는 용어들은 때때로 실무자들에게 ‘외계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야말로, AI를 도입한 게임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이어지느냐 실패로 끝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다음 글에서는 실무자가 AI를 직접 개발하지 않더라도 AI팀과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개념과 실질적인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편 - 마지막 글이 AI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게임 사업 실무자들에게 “AI와 함께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지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 위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문에서 언급된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