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일한다는 것

AI를 만드는 팀과 비즈니스를 만드는 팀의 협업

“AI 관련 미팅을 했는데, AI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게임 퍼블리싱 과정에서 AI를 도입한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입니다.

프롬프트, 모델, 정확도, 파라미터…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회의를 채우기 시작하면, 마치 통역가가 필요한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낯섦을 극복하지 못하면 AI 프로젝트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기술과 기획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고, 이해가 끊긴 상태에서는 어떤 협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글에서는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고자 합니다.


‘AI를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게임 실무자가 AI팀과 잘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ℹ️ 기술과 기획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방법: 혁신 워크숍

혁신적인 디지털 비즈니스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협업을 이야기할 때, Amazon의 사례는 빠지지 않습니다. Amazon은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때, 기술팀과 사업팀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혁신 워크숍 (Innovative Workshop)'이라는 세션을 진행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이 세션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①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정의합니다

②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상상합니다

③ 이를 가능하게 해 줄 기술과 데이터를 브레인스토밍합니다


게임에 AI를 적용할 때도 이 방식은 매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PvP 승률 데이터를 분석하여 유저 불만을 신속하게 감지할 수 없을까?"

"NPC 대화 로그를 분석하여 퀘스트 품질을 개선할 수 없을까?"


이와 같이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 경험을 상상한 후, 이를 실현할 기술과 데이터를 브레인스토밍하는 순서로 진행하면 기획 초기 단계부터 AI팀과의 협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ℹ️ 협업의 출발점, '기술' 적용이 아닌 '목표' 설정

AI팀과 함께 일하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AI팀은 뭘 만들 수 있지?"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일까?"입니다. AI팀은 기술을, 게임 사업팀은 유저와 시장을 이해합니다.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협업은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AI팀은 어떤 문제를 어떤 알고리즘으로 해결할지 설계하고,

사업팀은 어떤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유용한 프레임워크가 바로 Amazon의 업무 방식인 'Working Backwards (워킹 백워드)'입니다.

최종 사용자 경험을 먼저 정의한 뒤, 거꾸로 기획을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프레스 릴리스(가상의 보도자료)'를 먼저 작성합니다. 단순히 "이탈 예측 모델을 만들자"가 아니라, "우리는 이탈 가능성이 높은 유저에게 자동으로 보상을 제안해 이탈을 줄이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서비스 시나리오를 먼저 상상합니다.

이렇게 '무엇을 만들지'보다 AI팀과 사업팀이 "왜 이것을 만드는지"를 명확히 하면, 기술과 기획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ℹ️ 일방향이 아닌, 순환 구조의 피드백 루프 만들기

AI 프로젝트가 흔히 실패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공통적인 원인은 '요청 → 개발 → 결과물 전달'이라는 일방적인 프로세스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는 그렇게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AI는 끊임없는 실험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시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고, 중간에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모델이 예측한 결과가 실제 유저 행동과 얼마나 맞았는지, AI가 감지한 이상 로그가 실제 이슈와 연결됐는지 등의 질문은 프로젝트 도중에도 반복해서 점검해야 합니다. 즉, 협업은 순환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정기적인 미팅, 중간 결과 리뷰, 피드백 루프가 만들어져야 AI팀도 모델을 더 정교하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통 언어'입니다. 정확도, 오차율, 정량지표 같은 AI 용어들을 실무자가 자주 사용하는 KPI와 연결해 설명하면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AI팀도 "사업팀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실제 AI 전문가와 게임 실무자가 협업할 때 꼭 마주치게 되는 AI 관련 개념들을 다시 한번 쉽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ℹ️ AI도 결국 '같이 만들어가는 경험'입니다

좋은 협업은 구조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갑니다. 기획팀, 개발팀, AI팀이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이나 아이디어톤, 그리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정기 미팅은 그 자체가 AI 협업의 기초 체력이 됩니다.

"이 모델은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나요?", "그 지표는 어떤 유저 행동을 기준으로 했죠?"와 같은 질문이 아무렇지 않게 오갈 수 있어야, AI가 실제 업무에 잘 녹아들 수 있습니다.


AI는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작게 실험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 바로 그 '애자일 (Agile)'한 접근이 AI 협업의 본질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탈 예측부터 시작하고, 이후에는 개인화된 프로모션 추천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역할이 유연해질수록 협업은 더 강해집니다. AI팀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사업팀이 모델을 리뷰하는 구조가 이상적인 이유입니다.


ℹ️ AI는 도구인 동시에 문화입니다

AI 기반 협업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더 AI 중심의 도구와 협업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데이터 대시보드", "프롬프트 기반 업무 자동화", "AI가 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액션 아이템을 정리해 주는 회의 툴"까지. 이런 도구들은 단순한 편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어떤 언어로 대화하는지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복 업무가 많은 게임 운영, QA, 마케팅 영역에서는 AI는 도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가 되고 있습니다.


ℹ️ 협업의 핵심은 결국 '신뢰'입니다

기술도, 툴도 중요하지만, 결국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건 사람 사이의 신뢰입니다.

- 실험과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

-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문화

- 모르는 것을 편하게 묻고 배울 수 있는 환경

이런 요소들이 쌓일 때,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의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같은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AI 협업 킥오프 워크시트'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서 언급된 '워킹 백워드'와 '혁신 워크숍'을 기반으로 구성된 구조의 킥오프 워크 시트로 각 프로젝트에 맞게 변형 가능합니다.

상기 리스트 구조를 바탕으로 협업을 시작하면, AI팀과 게임 사업팀 모두 기술이 아닌 '목표' 중심으로 일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비스로서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보다 유저 경험과 비즈니스 임팩트입니다.



ℹ️ 마무리하며: 우리 모두는 ‘AI와 함께 일하는 팀’입니다

AI팀과 게임 사업팀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AI를 직접 만들지는 않더라도, '무엇을 위해', '어떤 기준으로', '어떤 경험을 만들고 싶은지'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히 AI와 함께 일하는 팀입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 AI 도입을 고민 중인 모든 게임 실무자에게 현실적인 협업의 기준이자,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게임 실무자로서 퍼블리싱 프로세스에서 AI를 도입하는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위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문에서 언급된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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