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초보일기] 전업은 못돼도, 잔업은 한다.

by 늘보나무

요즘 부쩍 SNS나 유튜브 피드에 전업투자자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 자주 떠오른다.

'어라? 내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혹시… 내 꿈이 주식으로 먹고사는 거란 걸 들켰나?'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영상을 클릭해 보면 대부분 한숨 섞인 현실이 펼쳐진다.

대출 부담에 휘청이거나, 지인과 송사에 휘말리거나, 파산 직전에 겨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그런 모습들.

‘에이… 아예 주식하지 말라는 거야, 뭐야.’

영상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상 위에 모니터를 다섯 대쯤 올려두고, 나는 들어보지도 못한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하루에도 수천만 원 단위로 매매를 한다는데, 그건 늘보나무가 아는 주식의 세계와는 다른 차원이다.


늘보나무라고 늘 파란불에 손절만 하는 건 아니다. 가끔은 소소한 수익도 올리고, 그럴 땐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 동반자에게 자랑처럼 말한다.

“오늘 한탕했어.”
“전업으로 투자한다면 더 큰 수익을 낼 텐데..."

하지만 그도 잘 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투자했기에 욕심만 앞세울 수 없었고, 막무가내식 배짱도 부리지 못했다고.
만약 전업투자를 했다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욕과 함께 집착이 커져 감당하지 못할 매매에 손을 대고, 그 손이 결국 자신을 벼랑 끝으로 밀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남들과는 다른 멋진 성취를 이뤄낼지도 몰라.’
이런 기대는, 늘보나무에겐 너무 높은 가지에 달린 열매 같다. 손을 뻗기 전부터, "떨어지면 어쩌지?"부터 생각하는 성격이니까.


요즘 재테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일단 종잣돈부터 모아야지.”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정작 그 돈을 모으고, 불리고, 지키는 길은 잡초가 무성한 자갈밭과 같다. 이곳을 지나가기 위해 쏟아야 하는 감정이라는 땀과 인내라는 시간은 문득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는 걸까.’


늘보나무는 생각한다. 화려하게 포장된 ‘전업투자’라는 말 뒤에 숨은 무게를.
자신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주식은 그에게 허황된 꿈을 좇는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버티는 버팀목이 되어야한다는 걸 되새긴다. 그래서 오늘도 직장이란 전장을 누비며, 틈틈이 주식 잔고를 확인하고, 더 열심히 현실을 살아본다.
삶은 직장 안에도, 주식 계좌 안에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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