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시>
끝나지 않은 하루
마림(眞林)
네가 없던 날들을
또렷이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 시간들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햇빛이 벽에 부딪혀
가루처럼 흩어질 때
나는 그것을 낮이라 불렀고
가로등이 물웅덩이에 잠겨
별처럼 흔들릴 때
나는 그것을 밤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네가 오기 전의 연습이었다
너를 만나고 나서야
계절이 생겼고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 불렀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손등 위로 떨어지는 햇빛을 보며 생각한다
어쩌면 그날 이후로
하루는 끝났는지도 모른다고
지금의 모든 날들이
너를 잃기 전까지 이어지는
환상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