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종종 거짓말을 했다. 첫째에 비해 둘째는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어릴 때는 '집 앞에 공룡이 있었어'하며, 누구도 믿지 않을 거짓말을 하곤 했다.
상상력이 풍부한가 싶기도 했고, 발달 과정의 일부겠거니 여겨, 귀 기울여 듣는 척, 믿는 척 했다.
초등학교 때도 사소한 거짓말들이 있었다.
한참 도덕적 가치관이 자라나는 시기인 만큼, 정직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종종 나누려 했다.
함께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기까지 나누었던 무수한 대화들 중에 정직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등장하는 주제였다.
중학교 때 거짓말은 관계로 풀어가려 했다.
'관계에서 정직이 왜 중요한지,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신뢰를 잃어버린 후에 그것을 다시 쌓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지'를 이야기하려 했다.
내 방식이 교육학적으로, 발달심리학적으로 옳았는지는 모른다.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아이와 마주했다. 그런데, 이쯤 했으면, 이제 거짓말은 안 해도 되는거 아닌가?
고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내가 욕심히 과했다.
아이의 고등학교 시절을 한 순간도 후회없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이는 내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엄마, 과외 끝나고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 더 하고 올게."
"할게 너무 많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아, 오늘 정말 열심히 했어. 공부를 너무 많이 했더니 정말 피곤하다..."
중간고사를 치르고, 아이가 들뜬 분위기에서 공부 분위기로 빨리 돌아가기를 바랬다.
‘이제부터 다시 열심히 해야지’
주말에 플래너를 작성하게 하고, 아이를 스터디 카페로 보냈다.
그런데 알림이 온다. '00카페 4300원'
"여보세요? 어디야? 이 카페 이거 뭐야?"
"잠깐 나와서 카페에 좀 왔어. 시원한 게 마시고 싶어서."
저녁 7시가 넘었는데, 집에는 안 오고 카톡이 왔다.
'엄마, 나 미쳤음.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하니까, 보카 데이 16에 나온 반의어, 수능특강에서 보자마자 기억났어!'
그 카톡을 주고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집으로 왔다.
그런데 들어오는 아이를 보니, 뭔가 느낌이 쎄하다.
"공부하고 오는 길 맞아? 공부 얼마나 했는지 보자."
아이가 자신 있게 수학 숙제를 꺼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만큼 풀었어."
문제를 푼 흔적은 없고, 답만 휘갈겨 써 있다. 이제까지 문제집을 안 풀면 안 풀었지 베낀 적은 없는 아이였는데, 설마 싶었다.
"문제 풀이는?"
"없어..."
"베꼈어?"
"응..."
"그럼 이 시간까지 뭐한거야?"
"친구랑 쇼핑하고, PC방 가고..."
"그럼 아까 엄마한테 보카 어쩌고 한 카톡은 어디서 보낸거야?"
"PC방..."
그간,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는 말과 메시지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도대체 왜?
왜,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메시지까지 그럴 듯하게 보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척 한거야? 그렇게까지 굳이 거짓말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공부를 안 한 것도 속상했지만, 연기처럼 꾸며진 행동으로 나를 속였다는 게 더 힘들었다.
※ 이 편은 글이 길어 두 편으로 나누어 연재됩니다.
※ 이 에세이는 제 민낯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 써놓고 발행을 몇 번씩 망설였어요. 이전 글들이 우리집의 아름다운 풍경을 적었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었나봐요. 하지만 저는 완벽한 엄마, 존경받을만한 엄마가 아닌,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도 많은 대한민국 평균치 엄마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대화로 소통하며 배움과 성장을 찾는 점은 제 강점이라 생각됩니다.
다음 발행 에세이 ‘정직보다 중요한 것(2)’에서 아이와 거짓말 갈등이 어떻게 풀리는지가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리고 선생님들의 생각을 댓글로 듣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