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S 증폭 패키지 & 트라우마 리마인더 무제한 이용권
※ 이 이야기는 가정폭력과 자살사고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
하지만 이는 분노와 상처를 넘어 엄마와의 화해,
그리고 치유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2023년 말,
그때부터 나는 매달 또 다른 지옥을 정기구독하기 시작했다.
원하지 않아도 매달 어김없이 찾아오는 PMS는
나의 감정 기복을 유달리 심하게 만들었다.
달력이 한 바퀴 돌아 그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마치 끔찍한 악몽의 예고편을 보는 듯했다.
엄마와 갈등을 겪고 나면,
머릿속은 온갖 어둡고 폭력적인 생각들로 시끄러워졌다.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상상까지 이어지기도 했고,
몇 년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찾아 헤매던 과거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기도 했다.
스스로 봤을 때도 굉장히 불안정해 보였다.
마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배달되는 독약 꾸러미 같았다.
이 지독한 ‘감정 정기구독 서비스’를 해지할 방법은 없는 걸까.
나는 매달 그 질문을 품은 채, 원치 않는 지옥을 견뎌야 했다.
이 괴상한 정기배송의 시작은 엄마를 향한 분노였다.
계속 반복되는 엄마의 나약한 모습이 너무 지긋지긋했고, 나까지 그 어둠에 질질 끌려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분노한 내 표정이,
예전에 엄마를 괴롭히던 그 사람의 얼굴과 똑같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순간 내 화살은 엄마에서 그로 방향을 바꿨다.
반찬투정부터 술주정까지,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언제나 엄마에게 폭언과 폭력을 퍼부었고,
엄마는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그걸 다 맞았다.
새벽에 술에 취해 들어와서 자던 엄마를 깨워 때리고,
엄마는 그렇게 내내 맞다 바로 출근길에 나서던 장면들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4K로 재생된다.
엄마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오늘은 또 무슨 이유로 맞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집에 들어오기 싫었을 거고,
수백 번은 죽고 싶었을 텐데
그 시간들을 자식들만 생각하며 버텼다.
그때의 어린 엄마를 껴안아주고 싶다.
나는 내 불안정함을 이 지옥 같은 가정환경 탓으로만 돌려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엄마는 우리를 위해 가장 큰 사랑을 주고 있었다.
가정폭력 피해, 독박육아, 맞벌이에 살림까지...
그 어린 나이에 엄마는 모든 걸 혼자 조용히 감내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였는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사실 그 누구보다 강했고, 그렇게 살아남았다.
요즘 장난치며 웃는 엄마를 보면 너무 좋은데,
동시에 예전 울먹이던 모습이 오버랩되어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살 수 있었을 텐데,
그 사람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20대 초반부터 독립만을 꿈꿔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엄마와 오랫동안 같이 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예전엔 그게 숨 막히고 절망적인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그 예감이 오히려 반갑다.
지금은 둘이 사는 게 꽤 괜찮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