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정리를 하기 전 삐뚤빼뚤한 논두렁길은 농업용수로로 사용하는 뚝방 으로 연결되고 그 끝 어디쯤에
높이 솟은 미류나무 한그루가 있다.
매미 소리 요란한데 이마에 흐르는 땀은 초등학생 작은 손바닥으로 가리기에 턱도 없이 적다.
처음 먹어본 목화꽃잎은 입안에 사탕처럼 달다.
군데군데 더위에 늘어진 허수아비가 무심한 참새의 놀이터로
길게 늘어선 반짝이 끈테기에 푸드득 참새가 제풀에 놀라서 날아오른다.
뽕나무밭에 이르고 서야 겨우 그늘이 보인다.
누이의 손에 조금 설익은 참외는 금방이라도 수분을 보충한다.
익어가는 나락 논에 멋쩍게 워이~ 워이 하고 목청높여 참새 쫓는 소리를 비웃듯, 가까이 애꿎은
메뚜끼떼만 잠을 깨우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피사리하던 순이네, 꼴 베던 모시 반바지 영자아버지..
순이네 점박이 덕구가 긴 혀를 헐떡이며 지게바지게 그늘아래를
홀로 지키고 있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뚝방 뽕잎 가득한 꼴망태도 더위에 지쳐 그늘을 찾는다.
농촌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논밭에서 하는 힘든 일을 돕기도 하고, 여자아이 같은 경우는 어른들을 도와 집안일 돌보기와 주로 어린동생들 돌보기등 잡다한 일들을 거들고, 머리 굵은 남자아이들은 꼴베기와 여물 썰기 등으로 집안일의 한몫을 한다.
여름 한낮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나 됨직한 형들을 따라 소꼴 먹이는 길을 따라 나서다.
도회지에서 자란 나는 순식간에 산을 타고 오르고 그들을 따라 갈수가 없다.
소한마리면 집안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시절, 누런 소들을 끌고 풀들이 충분한 지대가 높은곳 까지 가서 소꼴을 먹이고는 하는데 그들의 뜀박질을 어린 나는 따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참 만에 가쁜 숨을 헐떡이며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그들은 이미 풀들이 많은 짐 한곳에 소들을 묶어 놓고는
언덕에 팔벼게 삼아 누워, 숨 고르고
언덕위서 보이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줄기 저쪽 끝에 웅장한 철다리는 성냥갑보다 작은 장난감이다.
누이가 땀과 흙으로 범벅된 얼룩진 얼굴을 바라보며 웃통을 벗고 등목을 권하다.
우물가에 상의를 탈의 한 후에 팔을 뻗어 손을 지면에 대면, 우물에서 금방 길어 올려 시원한 찬물 한바가지를 등 쪽에 부으면 등을 타고 내리는 물이 시원하다 못해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함이 목 줄기를 타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