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편이 불편하여 수 십리 길을 걸어, 오후 늦은 시간에 도착예정인 긴 여정에
잠시 지친 다리를 쉬며, 첩첩산중 위치한 지인의 집을 방문 하던 길
언덕 위 모래사장에 걸터앉아 뱃사공을 청한 지루한 시간,
사공의 빈 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김삿갓의 국수한사발(菊樹寒沙發) 지영반종지(枝影半從地)의 그림과
묘하게도 중첩되다.
“국화가 차가운 모래밭에서 피어나고 나무 그림자는 반쯤 물위에 드리웠구나!”
하는 한자의 의미가,
원래는 김삿갓이 시골집에서 대접받은 식사가 “소반에 국수 한 사발, 간장 반 종지뿐인 밥상”을 보고 김삿갓 방식의 언문 풍자시 일부 이었던 것을,
내가 석양의 대청호 강 언덕에 길에 늘어선 포플러나무 그림자를 보는 형상이 마치 “국수한사발”을 연상하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날 늦은 저녁 메뉴는 국수 한 그릇을 삶아 개다리소반에 올라왔다,
끝나지 않은 내 삶의 노트는 여전히 앞쪽 페이지에 있다.
헤아려보지 않은 낱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새로 그리려는 그림의 화두는 언제나 희망적 이어야 한다.
추석연휴 내내 흐림과 비를 반복하더니 연휴를 이틀을 남기고 모처럼 하늘이 맑음이다.
쾌청한 하늘을 바라보며 인사동 문화거리 투어를 하다.
늘 느끼는 것 이지만, 명승지나 오래전의 추억으로 나서는 길은 달라진
풍경에 놀라고, 늘어난 인파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우리는 그냥 이방인이다.
아내는 군산의 철길에서도, 강화의 옛 시장길 에서도 교련복과 뽑기 같은 옛것을 추억 하고, 필방에서 조선을 상고하여 내지만, 나는 늘 어색함을 감추려고
실용과 합리성을 핑계로 자리를 모면하지만 나의 솔직한 느낌은, 그 자유분방함과 넉넉함은 언제나 경이롭다.
걸어서 방산시장의 생선구이의 옛 맛을 추억해 내는 종로신진시장을 기억해 내다.
80년대 연탄 냄새 매캐한 오래된 방산시장의 생선 골목을 찾아갖다가 개발로 변해버린 골목방문에서
허탕을 친 경험이 있어,
미리 인터넷에서 생선구이 골목을 검색하여둔 기억을 해내며 동대문 앞에서부터
골목을 찾아 헤맨 끝에 80년대식의 연탄구이 생선구이 집을 발견하다.
내가 음식을 기다리는 성향이 아닌지라, 줄이 없는 집을 찾아 맨 앞에서니
눈치 빠른 동년배 사장님의 배려 덕에 별기다림 없이 자리에 앉아
연탄화덕에 삼치와 고등어구이를 배부르게 중식을 즐기다.
새벽운동까지 감안 한다면 오늘은 20.000걸음이상을 걸었으니 운동량은
충분하듯 하다.
벌써 골목길 길게 늘어서는 그림자를 보며 시간을 가늠한다.
11월말 10km 단축마라톤을 준비하는 아내와 오늘은 일단, 쉬는 것으로
타협하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