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2월
어느 날 저녁, 일과를 마치고 습관적으로 석간신문을 훑어나갔다. 사회면에 커다랗게 나온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소름이 끼쳤다. ㅎ사장님이 신문에 이렇게 대문짝만 하게 나오다니!
아니 그런데, 사기 전과 17 범이라고? 전과자처럼 안 생겼는데? 전과자는 무시무시한 깡패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문 기사에 나온 범죄 수법은 불행히도 너무 익숙하다. 바로 ㅈ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정입학 신문 기사 보셨어요? 다 걸렸어요!"
"뉴스에서 봤다. 신문에도 났냐?"
"사장님은 지금 지명 수배 중이래요, 근데 그분 전과 17 범이라네요."
"별 거 아닌 것 같고 신문에서 괜히 나쁜 사람 만드는 거다. 그래봐야, 어디 주차위반이나 교통 딱지 끊긴 것 갖고 그러는 거야"
"한양대 교직원, 고교교사, 대리시험 친 대학생, 다 걸렸데요. 우린 괜찮을까요?"
"아이 씨발, 나 이거, 없는 집 애들 좀 도와준 건데… 염병, 난 별로 먹지도 못했는데."
내 귀를 의심했다. 한때 내가 하늘같이 따랐던 선생님인데, 지금 말하는 걸 보니 동네 양아치 같다.
"씨발, 넌 병신같이 제대로 하지도 못했잖아. 어차피 니 서류는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어. 걱정하지 마. 걸려도 넌 그냥 풀려나. 이런 데 끼지도 못해. 이것들이 제대로 걸린 거지. 야, 너 천만다행인 줄 알아. 네가 이번에 하기로 했으면, 하아 참, 나도 직빵으로 걸려 들어갈 뻔했네."
불안한 마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잠시 머뭇거리는 나에게 그는 말을 이었다.
"얌마, 너 이제 다신 전화하지 마. 네가 전화질 하니까 나까지 불안해진다."
시간을 몇 개월 거슬러 가보자. 1988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