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남편과 나 03화

곰돌이 관찰일지

by 이서안

곰돌이. 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어느덧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다. 자존감이 매우 높으며 깔끔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그의 섬세함은 조금 특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미술로 대학원까지 간 그는 논문을 발표하고 석사 졸업을 했다. 섬세한 그의 성격은 그림을 그릴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선 하나, 색감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그는 작업 속도가 매우 더디다. 궁금증에 그가 작업할 때 모니터를 슬쩍 본 적이 있다. 선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답답한 마음에 그만 볼까 생각했지만 완성본이 궁금하여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점점 완성되어 가는 그림이 신기했다. 그는 한 인물의 얼굴을 여러 각도로 그리고 있었다. 역시 석사는 다르군 생각했다.


반면 그는 말을 할 때 섬세함이 사라진다. 감성보단 이성적인 그는 확신의 T다. 하루는 내가 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나는 힐링이 필요했다. 최대한 남편을 초롱초롱하게 쳐다봤다. 남편의 나의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쳇."

그제야 남편이 반응했다.

"왜 곰순, 무슨 일이야?"

나는 설명했다.

"오늘 너무너무 힘들었어. 맛있는 거 먹으면서 힐링하고 싶어."

그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곰순, 다이어트한다면서요."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됐다. 나는 그를 째려봤다. 그는 당황하며 나에게 물었다.

"곰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얘기해 봐요."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결혼 전, 나는 그가 이토록 깔끔한 사람인 줄 몰랐다. 물론 회사에 항상 향수를 뿌리고 출근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었지만 겉으로만 그런 사람도 많으니까 말이다. 물론 겉으로만 그런 사람은 바로 나다.

그는 항상 옷걸이에 바지를 걸기 전에 손으로 각을 잡고 걸었다. 대충 걸어놓은 나의 바지를 보고 그는 이야기했다.

"곰순. 나 바지 이렇게 걸어놓는 사람 처음 봤어요."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아니 근데. 내건데 그냥 아무렇게나 걸어놓으면 안 돼?"

그는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맞는 말이라 뭐라 할 말은 없는데, 그래도..."

한숨을 쉬고 그는 내 바지를 다시 걸기 시작했다. 그는 각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여름이 되면 그는 샤워를 3~4번은 한다. 끈적한 느낌이 싫다고 한다. 나는 참으로 유난스럽구나 생각만 할 뿐이다.


침대 시트가 내려갈 때면 그는 예민해진다. 나에게 침대란 그저 누워만 있을 수 있으면 되는 곳으로 나는 침대 시트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는 기어코 나를 침대에서 일으켜 끌어내고 침대 시트의 각을 맞춘다. 하루는 일어나기 귀찮아서 얘기했다.

"그냥 있으면 안 돼? 나 지금 힘든데."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나 저거 너무 신경 쓰여 스트레스받아."

결국 나는 끌려 나왔고 그는 각을 맞췄다. 정말 각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존감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자존감이 낮은 나는 그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이 점은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는 항상 거울 앞에 서서 얘기하곤 한다.

"존멋."

나는 질색을 하며 얘기한다.

"존못."

"곰순. 우리 아버지 봤지?"

시아버님은 상당한 미남이시다. 나는 그와 아버님이 닮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항상 얘기한다.

"결혼식 사진 봐. 완전 판박이구만."

그 말에는 부정할 수가 없다. 결혼식 사진에 함께 있는 두 사람은 정말 닮았었다. 하지만 닮지 않았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남편은 존못이 아니다. 그저 놀리기 위한 말일 뿐임을 밝힌다.


남편의 고향 친구들은 꽤 짓궂은 편이다. 내 주변에서는 들을 수 없는 말들로 서로를 놀리곤 한다. 처음 남편 친구들을 만났을 땐 많이 놀랐었다.

'친구한테 저런 말을 한다고?! 상처받지 않을까?'

그들은 서로를 놀리며 발끈하기만을 기다렸다. 마치 정글 같았다. 그 와중에도 평온을 잃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곰돌이다. 곰돌이는 기본적으로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높은 것이다. 참으로 본받아야 할 점이다. 다만, 내가 장난치고 싶어 괜히 시비를 걸어도 타격감이 없는 그의 모습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현시점까지 바라본 곰돌이는 그런 사람이다. 나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렇기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 수 있는 거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그 다름이 나중에 싸움의 불씨가 되더라도, 이 사람이라면 같이 꺼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나의 곰돌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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