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남편과 나 04화

곰돌사위와 곰순며느리

by 이서안

나의 어머니는 서울에 혼자 살고 계신다. 시부모님은 강원도에 계시며, 우리 부부는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서울에 계시는 나의 어머니집에 더 자주 방문하고 있다.


어머니는 요리를 잘하신다. 남편은 어머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본다고 얘기하곤 한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는 또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갈 때마다 김치 두 종류와 갖가지 반찬을 싸주신다.


그러나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곰돌사위의 행동이었다.


강원도에 계신 시부모님을 뵈러 가면 나는 거실에 앉아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주방에 계신 어머님께 도와드릴 것이 없냐고 여쭤보기도 하고, 눈치껏 음식이 나오면 식탁에 나르곤 한다. 어머님과 아버님 두 분 모두 나를 아주 아껴주고 계시므로, 싹싹하지 못한 나지만 표현하려고 노력하곤 한다.


그러나 곰돌사위 그는 어떤가. 그는 서울에 계신 우리 어머니댁에 가면 옛날에 내가 쓰던 방에 들어가 도통 나오는 법이 없다. 나는 그것이 몹시 괘씸하게 여겨져 어느 날 한 마디 했다.

"여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저는 시부모님 댁에 가면 나와서 얘기하려고 노력하는데 너무 노력을 안 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그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일전에 그의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거침없는 언행의 그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그도 그들 못지않은 언행을 행사하였다. 때문에 장모님께 말실수를 할까 봐 말을 못 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몇 번 상처를 받았던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밥만 날름 먹고 가는 염치없는 사위냐 묻는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에 그는 우리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조심조심 말을 골라서 한다. 그런 모습이 또 예뻐 보여 나는 그냥 시간을 더 두고 지켜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며느리인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날씨가 덥거나 비가 많이 올 때 곰돌이는 슬쩍 나에게 제안한다.

"여보가 전화를 좀 드리는 게 어때?"

그럼 나는 전화기를 집어 들고 아버님과 어머님 번갈아서 전화를 드린다. 주로 식사나 건강에 대해 여쭤보는데, 시부모님은 그저 직장이 먼 며느리가 고생할까 봐 걱정만 하신다. 나는 또 그게 감사해서 한마디라도 더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시부모님과 나의 통화는 항상 같은 패턴으로 끝난다.

"우리 딸, 사랑한다."

"아이, 저도 사랑합니다."


너무 나의 입장으로만 본 이야기는 아닌가 싶지만, 억울하면 곰돌씨도 브런치 작가가 되길 바란다.


항상 나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시부모님과 나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전화로나마 사랑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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