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부동의 서열 1위는 바로 나다.
나의 기분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왔다 갔다 한다. 그렇다면 곰돌이가 서열 2위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우리 집엔 야옹이가 한 마리 있기 때문이다.
야옹씨는 수컷으로 움직일 때마다 꾸르릉 소리를 내어 꾸릉이가 되었다. 꾸릉이는 전형적인 고양이로 기분이 좋을 때는 본인이 와서 몸을 비비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 만지면 바로 물어버리는 포악한 성격을 지녔다. 겁은 어찌나 많은지 작은 소리에도 움찔움찔하며 큰 소리가 나면 우리 옆에 꼭 붙어 있는다. 그러나 그런 꾸릉이가 서열 아래로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곰돌이다.
곰돌이와 꾸릉이가 처음부터 서열이 갈렸던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나 대신 곰돌이는 집에서 꾸릉이의 밥과 물을 챙겨줬으며 화장실도 치워줬다. 요리조리 날뛰는 꾸릉이가 심심할까 봐 이것저것 장난감을 사서 같이 놀아주기도 했다. 나는 회사에 있는 동안 귀여운 나의 꾸릉이가 곰돌이만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웬걸, 꾸릉이는 점점 곰돌이를 자신의 아래로 보기 시작했다.
보통 고양이라 함은, 자신을 보살펴주는 사람을 위로 본다고 우리 부부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내가 집안 서열 3위로 밀려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
사실 꾸릉이는 집에 온 첫날부터 나의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잤다. 나는 300g의 자그마한 솜뭉치가 나의 곁에서 잠드는 것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었다. 그러나 나는 아침이 되면 회사로 출근해야 했고, 사진을 매만지며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침대에 누우면 꾸릉이는 내 옆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나는 그게 기뻐 쓰다듬어 주었고 꾸릉이는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꾹꾹이를 했다. 그 옆에서 곰돌씨는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꾸릉이는 성묘가 되어가고 있었고 나에게 점점 더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나의 손에 얼굴을 비비고, 쓰다듬어주면 발라당 누우며 배를 보였다. 손을 치우려고 하면 손을 붙잡았다. 그럴 때마다 곰돌이는 질투심에 휩싸이고 있었다.
"내가 밥도 줘, 물도 줘, 화장실 청소도 해줘. 나한테는 안 그러면서 웃기는 놈일세."
그럴 때면 나는 웃으며 장난을 쳤다.
"가라, 부하 1호. 2호를 물어!"
"제가 2호인가요?!"
시간이 갈수록 꾸릉이는 곰돌이를 더욱더 무시하기 시작했다. 내가 "꾸릉아, 이리 와!"하고 부르면 꾸릉이는 달려와 내 손에 얼굴을 비볐다. 그러나 곰돌이가 "이리 와!"라고 하면 도도하게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꾸릉이는 곰돌이의 손에 얼굴을 비비는 법이 없었고 옆에 같이 누워있지도 않는다고 했다. 침대에 곰돌이가 누워있으면 꾸릉이는 도도하게 캣타워에 배를 깔고 내려다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꾸릉이가 왜 곰돌이를 자신의 아래로 보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터넷에 찾아본 결과, 나의 결론은 이러했다. 보살펴주는 사람을 부모로 생각하는 것은 맞으나, 같이 놀아주는 사람은 친구처럼 동급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나는 곰돌이가 꾸릉이의 놀이 상대였으므로 서열이 밀려났다고 생각했다. 곰돌의 생각은 달랐다. 꾸릉이가 수컷이기 때문에 여자인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암컷을 데려왔었어야 해."라며 궁시렁거렸다.
그러나 사실 꾸릉이가 누구의 서열을 어떻게 정해놨는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으므로, 무의미한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서열 2위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곰돌이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내 생각엔 꾸릉이가 한 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