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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영화의 거장 ‘로버트 비버스’ 영화 상영

편완식 미술 전문기자

by 뉴스프리존

25일~30일 국립현대미술관 영상관

빛의 질감, 장면교차 리듬 등 압권

12.jpg 로버트 비버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사)무빙이미지포럼과 공동주최로 세계 실험영화의 거장인 로버트 비버스(Robert Beavers)의 작품 15편을 상영하는 ‘로버트 비버스: 2025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인디비주얼’을 25일부터 30일까지(28일 휴관) 영상관에서 개최한다.


1949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난 로버트 비버스는 1967년 16mm 카메라를 들고 유럽으로 떠나 고대 문명의 흔적이 남은 도시들, 일상적인 삶의 공간과 자연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고유한 영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장면의 교차를 통해 만들어내는 리듬, 감정과 내면을 드러내는 빛, 고전예술에 뿌리를 내린 그의 작업은 실험영화의 미학적 범주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13.jpg 고요한 빛

이번 상영에서는 로버트 비버스의 1968-70년 작 ‘초기 월간 단편선’부터 2022년 작 ‘참새의 꿈’까지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비버스의 주요 작품 15편이 소개된다. 로버트 비버스에게 빛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정서적 경험을 이끄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비버스는 빛의 섬세한 질감에 집중하며 자연, 건축물, 인간의 신체 등을 촬영함으로써 고전 회화나 시에서 느껴지는 숭고함을 환기한다. 그의 초기작 ‘고요한 빛’(1970/2001)에서는 색 필터를 활용한 시각적 실험이 돋보인다. 중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소티로스’(1976-78/1996)에서는 빛이 호텔 방의 모서리, 무릎, 속 눈썹, 손가락과 같은 인물의 신체 등에 비춰지는 장면이 계속해서 교차되며, 인물의 내면을 드러낸다.


14.jpg 빛의 색을 담은 그릇

비버스가 어떻게 고전적 건축물과 일상적이고 사적인 풍경을 넘나들며, 영화속 공간을 제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도 소개된다. ‘스토아’(1991-97)에서 기둥이 줄지어 선 고대 그리스의 회랑, 빈 공간을 감싸고 있는듯한 손, 나무가 우거진 계곡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배열하며 감독의 철학적 사고를 영화에 담았다. ‘울타리 극장’(1986-90/2002)에서는 고전적 건축물과 바느질을 하는 인물의 손, 빈 새장이 자리한 숲 등의 서로 다른 장면이 교차되며 시각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빛의 색을 담은 그릇’(2000-2007)은 비버스의 어머니가 살아온 집 안이라는 사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창문을 통과하는 빛, 방 안의 사물, 조용한 움직임을 통해 삶의 흔적과 정서가 스며있는 내밀한 공간을 그려낸다.


15.jpg 기반

영화 상영과 함께 감독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연계 대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로버트 비버스 감독과 루카스 브라시스키스 영화 큐레이터(e-flux), 조인한 프로그래머(EXiS),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변영선 학예연구사 총 4인이 감독의 작업 여정과 영화적 사유의 핵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대담은 7월 29일(화) 오후 2시에 MMCA영상관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진행(선착순 120명/무료)된다. 참여 신청은 일주일전인 7월 22일(화)오후 6시부터 누리집(mmca.go.kr)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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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프리존(newsfre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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