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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소셜미디어는 달빛같은 존재” 이명진 작가

편완식 미술 전문기자

by 뉴스프리존

9월16일까지 아트센터화이트블럭 ‘Moonlight’전

드뷔시 피아노 독주곡 ‘달빛’의 몽환적 선율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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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한없이 감성적이어서 마음의 족쇄를 풀어준다. 은은한 빛이 사회적 익명성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오게 해준다. 사회가 요구하는 벽을 허물어 마음의 벽은 걷히고 기쁨 슬픔 그리움 등 모든 것들을 감싸 안으며 두 손을 모으게 한다. 아마도 드뷔시의 피아노 독주곡 ‘달빛’의 몽환적 선율이 이런 것일 게다. 듣는 이로 하여금 사유에 잠기게 만든다. 달빛은 홀로 주변을 환희 비추며 품어준다. 눈부신 태양빛 아래선 대중은 익명으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개인의 순간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이명진(b.1976)작가는 주로 사회적 공간에 개인적 경험과 상상의 이미지들을 결합하는 방식의 작업을 전개해 왔다. 경험과 상상이 만들어내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회화와 사진, 설치로 구현하고 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대표 이수문)에서 16일부터 9월 16일까지 이명진 작가의 개인전 ‘Moonlight’가 열린다. 근작을 포함한 60여졈이 출품된다.


전시제목이자 작품제목인 ‘Moonlight’는 익명의 이미지들 속에 포개진 개인의 서사를 달빛처럼 조용히 비추어낸다. 작가는 소셜미디어에 남겨진 익명의 흔적과 단서들을 수집하고,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서로 다른 인물들의 포즈와 표정이 담긴 특별한 순간들을 조합하여 화면 위에 재구성한다. 관람자는 타인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 너머에 놓인 자신의 감각을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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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은 반복되는 패턴 속에 개인의 모습을 위장하는 회화를 그려왔다. 비슷해 보이는 삶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각기 다른 존재들이 숨어 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드러나는 인물들처럼 말이다. 작가는 이같은 상황 속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관찰자이자 전달자의 자리에서 응시하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사회적 구조 속에 겹겹이 감춰지고 덧입혀진 흔적과 감정의 표정을 하나씩 끌어올리며, 이미지 이면에 내재한 개인의 서사를 천천히 드러내는 것이다.”(장민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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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달빛을 빌려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의 결을 포착한다. 하나의 달이 수천개의 강물에 비치듯이 누구에게나 드리워지는 달빛을 상상의 매개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의 달을 매개로 말하지 못한 소원을 조용히 빌 듯이, 요즘엔 차마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가 머무는 디지털 플랫폼 공간에 남긴다. 소셜미디어가 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억과 고백들이 조용히 포개지는 장소가 된다. 어쩌면 이름 모를 누군가도 같은 달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작가는 익명에서 진정한 ‘나‘로 돌아오는 여정을 시각화 하고 있다. 관람자에겐 진정한 ’너‘는 누군인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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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프리존(newsfre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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