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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점을 새로운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김리우 작가

편완식 미술 전문기자

by 뉴스프리존

9월30일까지 별빛미술관 ‘달항아리, 완전함 너머’전

규범에 저항하는 자유욕망의 발로 ‘메시걸’룩 연상

김리우 작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김리우 작가는 도자에서 흔히 결점으로 여겨지는 찢어짐, 균열, 일그러짐 등의 요소를 조형의 중심 언어로 삼는다. 단순한 산업적 용도를 넘어 흙이 지닌 물질성과 본질적인 특성을 담아내고자 한다. 달항아리, 주병, 매병 등 한국 전통 항아리의 조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다. 9월30일까지 스타벅스 과천DT점 2층 별빛미술관에서 열리는 김리우 개인전 ‘달항아리, 완전함 너머’는 이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작가는 완전하거나 매끄러운 형태보다는 뒤틀린 구조와 매끄럽지 않은 표면을 통해 도자기의 익숙한 인식과 미의 기준을 해체한다. 그는 주로 석고 캐스팅(plaster casting) 기법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일반적으로 캐스팅은 산업 도예에서 작은 기물을 동일한 형태로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기법이지만 그는 석고 캐스팅의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하여 일그러지고 붕괴된 독특한 표면 질감과 형태를 창조한다. 불완전함마저 포용하면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미지의 창조성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류,결점들이 오히려 새로운 창조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연성을 선물해 새로운 시선과 시도를 가능케 한다. 불완전함은 우리에게 창의성과 새로운 시각(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존재다.


18.jpg The perfect imperfection 3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결점이 있는 대상이나 존재들은 무가치하게 간주되고 쉽게 외면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흠’을 오히려 나의 작품세계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결함의 요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전통적인 달항아리가 티 없이 맑은 백색과 대칭적 곡선을 지닌다면, 나의 항아리는 의도적으로 깨지고 갈라지며 울퉁불통한 거친 질감을 지닌다. 우리가 가진 관념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개념이 예술이 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상상력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갖게 된다.”


그의 작품에서 흠은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예술적 가능성으로 자리한댜. 무의미하게 여겨졌던 결점조차도 사고의 전환을 통해 예술품으로 재탄생하며,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19.jpg The perfect imperfection No.3 (Celadon)

“현대 사회에서는 ‘흠’이나 ‘결함’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배척된다. 그렇다면 무가치함과 가치의 경계는 어디에 있으며, 우리는 그 기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리고 예술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의 항아리는 가치 판단의 이분법을 넘어, 배척되거나 관념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고의 출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서 자유분망한 분청사기의 맛이 느껴진다. 조선 전기(1392–1897)의 분청사기는 완벽하게 정제되지 않은 미감, 덧발림과 긁기, 뒤엎기 같은 자유로운 표현법을 통해 ‘손의 흔적’과 ‘시간의 감각’을 담아냈다. 당시의 분청은 백자에 이르기 전, 과도기적인 실용 도자였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 한국 고유의 미감을 집약하고 있다. 김리우의 작품은 분청사기에서 나타나는 덧칠과 유약 흐름, 비대칭적 구성 요소를 오늘의 감각으로 재구성한 항아리다. 반복적으로 표면에 쌓이고 흘러내린 화장토와 유약,주름지고 부풀어오른 형태는 마치 오랜 시간 풍화된 지층처럼 그 흔적을 남긴다.


20.jpg The perfect imperfection 4
21.jpg The perfect imperfection No.2 (White)

‘나는 이 축적의 층위 속에, 단순히 ‘형태’ 이상의 시간을 담고자 했다. 전통 분청이 만들어졌던 시대처럼, 오늘날의 우리 또한 균질화된 미의 기준 속에서 끊임없이 정제되고 평가된다. 그러한 완벽함의 강박에서 벗어나, 오히려 결점과 불균형을 수용하며 가치란 시간이 남긴 흔적 속에서 형성되는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작업을 통해 전통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조형적 정신—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정형을 넘어서는 자유로움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사유하고자 했다. 균열과 흠, 비대칭성과 거친 질감은 무가치한 결점이 아니라,오히려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드러내는 조형 언어다. 이제 나는 단순한 전통의 반복이 아닌 재해석을 통해, 분청의 정신을 이어 쓰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서 패션계의 ‘메시걸’룩이 연상된다. 의도된 창조의 과정이라 하겠다. 규범에 저항하는 자유욕망의 발로다.


김리우 작가(1995, 서울 출생)는 이화여대에서 도자예술학과와 미술사학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영국 왕립예술학교 Ceramics&Glass Master과정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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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프리존(newsfre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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