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골목을 걷다

27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우리 교회는 바빠졌다.


마을 아이들도 교회도 모두 들떠 있었다.

전구도 반짝이고,

검정 칠판 위엔 하얀 분필로

‘메리 크리스마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누군가 써놓은 글귀들이

밤이면 더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예배당 앞엔 크고 작은 소품들,

벽에는 색색의 꽃종이 장식이

어디선가 계속 늘어나 있었다.


나는 매일 교회에 갔다.

아무도 오라 하지 않았지만

나는 꼭 가야 할 것 같았다.

성극 연습, 찬양 연습, 율동 연습.

그 시끌벅적한 공간 속에

나도 한 자리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맡은 건 늘

조용한 역할, 들러리 역할이었다.

“네가 해줄래?”보단

“이거 잠깐만 도와줘”에 가까웠다.


나보다 먼저 교회에 다녔던 아이들,

엄마 손잡고 유아기부터 다닌 친구들,

교회에 헌신적인 집안의 아이들은

항상 성극의 주인공이 되었고,

무대 앞 중앙을 차지했다.


나도 속으로는 욕심이 났다.

나도 그 하얀 천사 옷 입고

앞에서 노래 부르고 싶었다.

목소리도 크고

연습도 빠짐없이 하는데

왜 난 늘 뒤에 서야 할까.


말은 안 했지만

내 속마음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그래도, 그래도 좋았다.

장식된 교회 안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종이 눈이 펄럭이는 무대 뒤 커튼 옆에

잠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한 전도사님이 그러셨다.

“네가 있어서, 오늘 이 연습이 따뜻해졌어.”

그 한마디에,

나는 그날 집까지 달려갔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괜히 거울을 보았다.


성탄절 전날 밤,

한 해의 마지막 밤은

찬송가와 연극,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언제나처럼 맨 뒷줄에서

조용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별이 반짝이고

종소리가 울리면

그 누구도 외롭지 않았다.

들러리였던 나도

그 순간만큼은

무대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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