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골목을 걷다

28화

내게 성탄절은 충격이었다


성탄절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큰일인지 몰랐던 나에게

성탄절은 일 년 중 가장 눈부신 날이었다.


전날 저녁부터 교회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하얀 천사 날개를 단 아이들,

종이 눈이 흩날리는 무대,

촛불을 들고 부르는 ‘고요한 밤’까지.

그 모든 것이

나에겐 영화 같고 꿈같았다.


나는 그 꿈속의 한 장면에 서 있었다.

큰 무대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우리가 배운 대로

대사를 외우고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했다.


무대 앞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보는 동네 어른들도 많았다.

평소보다 몇 배는 긴장했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움직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를 때

내 가슴은 마구 뛰었다.


성탄절 당일,

우리는 아침부터 다시 교회로 향했다.

교회는 하루 종일 문이 열려 있었고

아이들도 어른들도

들락날락 바쁘게 움직였다.

찬양이 울려 퍼지고,

성극이 몇 번이나 다시 공연되었고,

도시락을 싸 온 가족들은

식당처럼 꾸며진 방에서 함께 식사도 했다.


그러다 드디어 선물 시간이 왔다.


성탄 선물은

작고 조그맣지만

무게로 치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이었다.

하얀 종이상자 안엔

색연필, 작은 노트, 달콤한 과자,

그리고 짧은 손 편지가 들어 있었다.

누군가 정성껏 포장하고

기도하며 준비했을 그 상자를

두 손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양손 가득 받은 선물을

거실 바닥에 풀어놓았다.

“우와, 이게 다 내 거야?”

초등학교 저학년의 나에겐

그 순간이 진짜 크리스마스였다.


그날 이후 나는

성탄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다.

어린 마음에도 느껴졌다.

이 날은,

하루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라는 걸.


비록 중심에 서지는 못했지만

함께 준비했고,

함께 노래했고,

함께 웃었던 그날은

내 유년기의 가장 반짝이는 밤이었다.


교회를 나설 때 보였던

하얀 별 조명 아래

조용히 쌓인 눈,

그 속에 남은 내 발자국 하나.

그게

나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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