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아닌 소수의 의견
삼국유사에서 기록되어 내려오는 "선화공주와 마장수 서동" 이야기를 아시는 분이 많을까?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설화를 배울 때 살짝 언급되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 크는 초딩이가 5학년 때 제44회 국민독서경진 대회에 써냈던 글을 위한 책이었다. 글 제목은 "과연 여자 팔자만 뒤웅박 팔자 인가?"였고, 우리 둘은 선화공주와 마장수 외에 온갖 이야기를 찾아서, 남자 팔자도 만나는 여자에 의해 변할 수 있다고 주장을 했다. 그 후 독후감 부분 초등부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선화공주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이고 마장수 서동은 차후 선화공주와 결혼하여 백제의 무왕이 된다. 백제에서 마를 캐며 살던 서동은 신라의 선화공주의 착한 인성과 미모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서동은 승려로 변장하여 적국인 백제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마를 캐서 주면서 서동요를 부르게 한다. "선화 공주가 서동을 몰래 사모하여 밤마다 서동을 찾아가셨다네~"라는 노래를 퍼뜨려 진평왕의 귀에 까지 들어가서 선화공주는 궁에서 쫓겨난다. 그때 서동은 선화공주를 만나 믿음을 주고 서로 부부를 연을 맺으며 백제로 돌아와 백제의 무왕이 된다. 평범한 남자가 적국의 아름다운 공주를 "노래 퍼뜨리기" 수법으로 아주 평화롭게 쟁취하여 자신의 나라로 돌아와 왕이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의 신라 진평왕과 백제 무왕은 실존인물이나, 결혼에 대해서는 전설적인 요소가 많다. 또한 현실에서 "노래 퍼뜨리기"는 아주 위험하다.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며 가짜뉴스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옛날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여성과 부부연을 맺기 위한 방법으로 전쟁이나 살인, 음모 없이 자신의 직업인 마를 캐어, 아이들에게 공짜로 주며 장난스럽게 읊조리게 하였고, 다른 동료 없이 혼자서 선화공주를 만나 마음을 얻어 결혼을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가능할까?
적국까지 가서 공주를 데려와 우리나라에서 영부인으로 만들고 자신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세계 속 어느 나라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노래 퍼뜨리기"로 적국 공주와 결혼해서 본국 왕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서 삼국유사에 기록된 "설화"라고 하는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고 한다. 뒤웅박이란 박을 반으로 쪼개어 만든 그릇으로 가볍고 둥글며, 물에 띄우면 이리저리 떠다니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여자란 뒤웅박처럼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뜻으로 결혼이나 환경에 따라 삶이 좌우되기 쉽다는 뜻이다. 사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대부분 여성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콩쥐, 재벌집 아들 만나 결혼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길 원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선화공주와 마장수,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나무꾼과 선녀 등 많은 남성들은 어떤 여성을 만나는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뀐다. 지금 대통령과 작년 대통령을 비교해 봐도 이 사실은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난 내가 이분법적 논리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세상을 남성과 여성 밖에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성을 가진 분들은 내 글이 얼마나 거슬릴까?
난 평범하게도 여성이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집 꼬맹이도 남성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 어딘가에 간성이 있고, 성을 변경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의 삶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거리를 한참을 찾았고 "난 해냈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논리를 펼치려 한다. 아마 깊은 신앙을 가진 분들께는 나의 논리가 맞지 않아 불편함을 자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가진 분들은 상상이나 엉뚱한 논리가 필요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만, 아닌 분들을 위해 나의 논리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하여 글로 남겨 볼까 한다.
인간은 태어난다. 태어날 때 정자와 난자가 만나 성이 생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있어 남자 애가 태어나면 문지방에 새끼줄을 꼬아 빨간 고추를 달았다. 지금도 70살쯤 된 분들은 여아 보다 남아를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태어난 남자아이가 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르며 치마를 입기를 좋아한다. 신체는 남자가 맞지만 영혼은 여자인 것이다. 이것은 어찌 된 일로 풀이할 수 있을까? 분명 정자와 난자가 만나 신체를 결정한 성은 엄마 아빠가 사랑의 행위로 나타난 산물임에 틀림없지만 영혼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설의 고향에서 산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한다고 했지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말은 없었다. 영혼을 관장하는 것은 신이다.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는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지 않았지만, 현재 그런 분들이 계시고 이 결과물에 대한 건 누구의 책임인가? 신앙을 가지지 않은 난 "신"이라고 본다. 신이 남자 몸에는 남자의 영혼을 불어넣어야 하며, 신이 여자 몸에는 여성의 영혼을 넣어서 태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바꿔 넣었네? 넌 머 했니? 실수했어? 이번엔 여성과 남성을 따로 분리해야 하는 데, 이번엔 한꺼번에 가지게 해 버린 일측촉발의 "신의 실수"로 간성을 가진 분들이 탄생을 했다고 난 단정 지어 버렸다.
우리는 이런 완벽하지 못한 신을 향해 "왜 나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원망한 적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우리 영혼이 말하는 신체를 당당히 찾으면 된다. 우리는 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인간의 기술로 본모습을 제대로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물론 다수의 사람처럼 남성, 여성이 똑바로 부여되어 고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되어 혼란이 있다면 영혼을 따로 불어넣는 신이 존재하며, 그도 실수를 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분들은 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기 위해 탄생한 소중한 분들이다.
"신의 실수"란 신의 한 수와 같은 말이다. 신도 실수를 한다. 하물며 미물인 인간은 당연히 실수를 한다. 완벽함을 추구해야겠지만, 처음 하는 서툴음으로 인해 나오는 실수들, 정보가 정확하지 못해 생긴 실수들, 신체의 피로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실수들 등은 법망의 테두리 안에서는 너그러운 사회가 용인해야 되지 않을까? 그 실수들에 대해 교육이라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된다면, 어디엔가 있을 "완벽"이 탄생될 수도 있다. 성소수자들은 실수가 당연하다는 것을 알릴려고 태어난 분이다. 그들은 우리가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용인될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말해 줄 수 있다. 아주 희귀한 보석이다. 그 보석과 같은 분들 중 신의 실수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더라도, 바뀌어버린 나의 영혼과 신체를 당당하게 여기고 나의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