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3 부끄럼 멜로망스
즐겁게 감상했던 슈퍼밴드2를 보다가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팀원들과 편곡하고 의미있는 연출까지 해서 준비한 참가자는 상대팀에 패한 뒤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는데도 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해당 팀의 공연 직후 다른 참가자들이 하던 감상평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본인(목소리, 분위기)에게 맞지 않는 느낌을 한 것 같다."
프로, 직업의 세계로 가려고 할 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게 어울리는 것'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이, 애쓰지 않아도 내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곡이 있다.
반면, 정말 좋아하는 장르 또는 곡인데 표현하기가 영 어려운 곡이 있다. 아빠 신발을 억지로 끌어 신고 어기적어기적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곡이 있다. 그런 곡도 오랜시간 궁리하고, 시뮬레이션하다보면 표현이 되기는 하지만, '내게 잘 어울리는 느낌'에 비해서는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들고, 들어간 노력에 비해서 결과물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뮤지컬 공부를 할 때, 나는 강렬한 곡에 끌렸다.
유린타운에서는 It's A Privilege To Pee 그리고 Snuff That Girl.
둘다 억센 성향의 캐릭터들이 부르는 격한 곡이다.
하지만 연구하고 연습한 것에 비해서 표현은 안 되는 것을 느꼈고, 캐릭터 오디션에서 각 배역에 찰떡인 동료들의 표현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건 내게 맞는 옷이 아닌거구나'
아쉽지만 인정해야했다.
당시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곡은 Wicked라는 뮤지컬에 나오는 발랄한 곡, Popular.
유린타운에서는 Mr. Cladwell 넘버에서 샤바샤바(?)를 잘 하는 클로드웰의 비서 부분을 표현했을때, 그리고 레슨에서 어렵게만 느끼던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을 불렀을 때 동료들의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나서도 나는 내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ㅋㅋㅋㅋ
예전에는 어서 빨리 나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찾아 탐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취미로 노래를 하는 지금은 이 두리번거리는 활동도 즐기고 있다.
자주 들었던 좋아하는 곡, 몇 번 들어본 덜 익숙한 곡 등을 다양하게 표현해볼 수 있다.
'해야만 한다'보다는 '우왕 해보자!'하는 마음가짐이 좀 더 내 의욕과 자유로움과 꾸준히 하는 힘을 불러일으킨다.
악을 써서 고음을 내며 발산하는 부분 없이 매력적인 지난 곡 Sway와 비슷하지만 다른 곡을 찾아나섰다.
[이 주의 보컬 곡을 고를 때 염두에 둔 요소]
- 한글로 된, 잘 알고 있는 곡
- 리듬이 통통 튀는 곡
- 발랄한 곡(묵직 or 진득 X)
대학에서 작곡 강의를 수강했다. 작곡은 참 어려운 작업이며, 나는 눈에 띄는 재능이 있진 않구나 하고 깨달은 강의였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보컬에도 아주 유용한 가르침을 얻기도 했다. 각 악기에 맞는 음역이 있어서, 그 악기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음역을 생각하며 작곡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악기 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음역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걸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말이다.
이곡 “멜로망스의 부끄럼”은 반주가 다양하게 있었다. 여러 반주 중에서 가장 리듬이 잘 들리고, 보컬에게 노래 신호를 잘 주는 반주 두 가지를 뽑아뒀다.
하나는 여자 키, 다른 것은 남자 키 반주였다.
남자 키 반주로 부르면 숨소리, 멜로디 변화로 곡의 느낌을 표현하기가 불편했다.
그런데 여자 키도 뭔가, 내가 용이하게 표현하기에는 안 맞았다. 조금 높았다.
사람은 필요에 의해서 공부할 때 가장 학습이 잘 된다던데.
보컬을 할 때마다 어깨 너머로만 듣던 '화성학'을 공부하고, 기타와 피아노 코드 연주 연습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연주 및 편곡을 할 줄 알면 더 폭 넓은 장르 다양한 곡을 내방식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설레는 생각으로 책 한권을 주문하기에 이르렀고, 어느덧 책장에 꽂혀 있는 ’실용음악 초보자용 화성학 책‘! 잘 활용해보자!
*부르는 내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그대가 보시기에”라는 넘버가 떠올랐다. 분위기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