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9.The wedding song_Mu <Hadestown>
이번 선곡은 The wedding song 더 웨딩송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 등장하는 듀엣 넘버다.
점점 선곡일이 늦춰지고 있다. '이번주 곡을 빨리 골라서 불러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없다는 증거다. 하지만,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안 하면 허전한 정도가 되었다.
하데스타운은 저음이 멋지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서울에서는 10월에 공연이 종료되고, 다른 지역으로 순회공연을 간다.
올해, 2024년 들어 정말 잘 봤다고 생각하는 공연이라서 추억할 곡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선곡했다.
어느 콘텐츠를 감상하든지 나는 주인공 커플이 아닌 서브 커플 서사에 더 눈길이 갔다. 주인공 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조연들의 사랑이야기 말이다.
이 뮤지컬에서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아닌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 시선을 고정하고, 귀도 고정했다 ㅋㅋㅋㅋㅋ
사랑이야기뿐만 아니라 각 인물을 상징하는 음악을 비교해 보더라도 내 취향은 오르페우스가 아니라 하데스였다.
오르페우스의 감미로운 기타와 가는 고음.
하데스가 말하듯이 '단순한 멜로디, 일정한 비트'로 이루어진 지옥을 상징하는 소리들. 웅장하고 무겁지만 가슴이 뛰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 내 음색과 기술로는 하데스의 음악을 내 마음에 들만큼 표현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오르페우스 커플의 곡도 수월하지는 않다.
그래서, 듀엣 곡으로 파트너에게 기대 보기로 했다.
- 상대와 대화하듯 노래하기
- 힘 있게 노래하는 부분 표현하기
- 영어 가사
보편적으로 뮤지컬 곡은 다른 음악들보다 대화하는 듯이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곡은 그런 특징이 더 잘 드러난다.
배고픔과 어려움을 아는 소녀를 보고 반한 가난한 음악가가 청혼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소녀, 페르세포네는 이러저러하게 힘든 시기에 무슨 수로 결혼을 한다고?라고 거듭 묻는다.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는 본인이 그리는 낭만적인 계획을 페르세포네에게 들려준다.
이런 상황에서 부르는 곡이다 보니, 다른 곡들에 비해서 말하듯 노래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는 적다.
다만, 노래 상황에 들어가서 상대방과 대화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연기력이 필요하다. 예전부터 이 점은 어렵게 느끼지 않는 편이라 부담 없었다.
지옥커플(하데스-페르세포네)의 곡 말고 이곡!이라는 방식으로 선택했지만 역시 이 곡도 수월하지는 않다ㅋㅋㅋㅋ
듣는 사람이 힘들지 않게 부르는 것은 정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남자 캐릭터가 설득을 하려는 인물이고, 여자 캐릭터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많은 부분을 남자 보컬에게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부르는 멜로디 길이만 짧을 뿐이지 여러 번 듣다 보니 여자 보컬 부분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인물들의 성향도 멜로디에 녹여내려 한 것 같다. 남자 보컬 부분에서는 오르페우스의 낭만적인 사고방식과 여태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없었음이 드러난다. 부드럽게 흐르는 멜로디로 본인이 그리는 미래를 노래한다. 음 높이가 크게 변하는 부분도 크게 어렵지 않다.
반면, 여자 보컬 부분에서는 에우리디케의 야성을 느껴볼 수 있다ㅋㅋㅋㅋ 부드럽게 말하면 질문이지만, 에우리디케의 질문들을 짧게 요약하면 '네 머릿속은 꽃밭이니?'이다. 힘든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시니컬하고, 날카로운 그리고 현실적인 에우리디케의 성향을 느껴볼 수 있다.
힘 있게 부르려다가 목과 몸에 필요 없는 긴장이 생겨버려서 삑사리가 나기도 했는데, 여전히 입/목/가슴언저리에 힘을 싣는 버릇이 남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연습하면서 힘 있게 부르고 싶은 부분에서는 힘에 집중하지 않고, 호흡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지' 두 눈으로 확인한 다음부터는 에우리디케도 좀 더 부드러운 말투로 변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음량을 줄이지 않고 부드러움을 표현하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이것도 호흡으로 해결이 되었다.
예전에 보컬 레슨 때 들었던 말씀처럼, 숨만 잘 들이쉬고 내쉬어도 대부분 해결되고 있다. 신기하다.
상대방에게 기댈 수 있는 반주를 찾다가 '나와 파트를 나눠서 함께 불러요'라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있는 유튜버를 발견했다.
ClarkOnStage
파트너가 영어로 부르니까 나도 영어로 부를 밖에.
그런데, 가사를 익히며 느낀 점이 있다. 한글보다 영어가 소리가 이어지도록 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리말을 하다 보면 모음을 길게 발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받침을 바로 붙여 말하는 편이다.
그런데 영어는 받침을 붙이더라도 부드럽게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말 곡을 표현할 때에 비해서 연음처리에 대한 연구는 거의 하지 않고도 부를 수 있었다.
*우리말로 노래하기 할 때 익힌 팁 하나 공유하자면, 밭임을 뒷모음에 붙이면 소리가 연결되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 수 있어"를 "아알 수 있어"라고 발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