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취향 찾는 법, 취향 기록을 어려워하는 이유 그리고 취향 기록 예시
우선 이것저것 다양한 글감에 대해서 써서 글을 남겨본다.
글감을 찾는 방법은? 정 쓰고 싶은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키워드를 뽑아낸다던지, 옆에 있는 책의 몇째 줄 첫 단어를 선택한다던지. 그런 우연에 의한 방법도 추천한다.
그렇게 글감을 선택해 이것저것 다양한 주제로 우선 써본다. 그러다보면 유독 어느 주제로 쓰는 글은 쉽고 빠르게 또는 즐겁게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알아차릴 것이다. "아 이거구나. 여기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면 좋겠다."
대학생 때 나는 뮤지컬에 대해 아무 의도 없이 기록을 남기는 것에 익숙했다. 그때 나는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공연에 관심이 있거나, 문화기획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연락을 하고 교류하며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외국 여행을 갔다가 공연을 보며 내 생각을 했다는 친구는 여행 후에 자기가 본 공연과 공연에 얽힌 경험담을 내게 들려줬다. '공연'하면 너지! 라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말해줬다.
올린 콘텐츠는 별다른 것 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투박한 글과 사진이 피드에 가득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빈도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몇 문장씩 피드에 올려 쌓았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들이었다.
내가 접한 공연계 소식을 스크랩하면서 내 생각을 한 줄에서 많게는 대여섯 문장.
관람한 공연에 대한 감상과 분석 리뷰.
관심 있게 보던 배우의 근황과 응원하는 문구 몇 줄.
공연 특강에 신청하고 싶다는것, 신청한 특강에 당첨되어 참여하러 간다는 정보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특강 참여 후기.
어떤 공연 활동에 참여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한 번은 거대한 대학 도서관에서 공연 기획과 연기에 관한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을 발견했다. 흥분한채, 여기 있는 책을 졸업 전에 다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다는 글도 썼다. *실제로 몇 권을 제외하고는 훑어서라도 다 읽었다. 읽은 책에 대한 리뷰도 남겼다.
대학에서 공연 관련 교양강의를 듣게 되어 기쁘다는 것, 과제가 공연 관람이라서 2가지만 관람하면 되는 공연을 최대한 많이 관람하려 한다는 것. 그리고 과제하러 공연장에 가다니 신난다는 감상이 담긴 글.
간혹 재미있게 본 만화나 학교 생활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공연 이야기였다. 공연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하루에 몇 가지씩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경험 덕에 나는 하나의 주제에서 여기저기로 이야기를 뻗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나의 주제로 나의 콘셉트가 결정되면,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건너건너 소개받아서 재미있는 활동에 참여해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 이후로 여태까지 다시 그런 경험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 프로그램, 취업 등을 거치면서 '자기소개서'내지는 '이력서'를 쓰는 것에만 익숙해진 탓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에 관심을 언제부터 갖고 있었는지 '증명'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그 기록이 공개적인 블로그나 SNS 등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온라인 서비스 어디에서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그런 콘텐츠를 보며,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피로한 만큼 '나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 다 하는 것 같은데, 나도 안 하면 도태되는 건 아닐까? 뭔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피곤하지 않을까? 나 좀 알아봐달라는 광고 같은 콘텐츠들로 인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나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떠밀린 의무감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이런 피로한 의무감에서 탈출해, 기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즐거워하는 것에 대해서 꾸준히 쓰다보면 취향과 선호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러니까, 되새겨보자.
'이것으로 알려지고 싶다'라는 욕망이 아니라,
'이것 가까이에서, 쭉 그렇게 즐겁게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쓰자.
자랑하려는 의미는 담지 않는다. 담담하고 즐겁게, 나의 경험과 배운 것들을 기록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도 내려놓는다. 도움이 되고 말고는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선택할 문제다. 나는 그냥 나의 일상 속 즐거움을 소소한 것들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내가 뭐 하는 인간이라고 증명하려 애쓰지 말고,
즐거워하는 것에 대해서 꾸준히 기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