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하듯 글쓰기, 생생한 글/소설 쓰기에 대한 아이디어
보이고 들리는 것들을 전부 글로 옮긴다고 생각하고 쓰면 어떨까?
모든 인물묘사와 상황묘사 요소를 그대로 글로 쓰면 소설이 되지 않을까?
영화 시나리오와 공연 대본 속 지시문처럼. 그보다 더 자세한 묘사를 하는 거야.
어느 날, 식사를 하다가 퍼뜩 떠오른 아이디어다.
연기 공부를 할 때, 동료들은 나를 학구파라고 했다. 항상 대본에 뭔가 메모하고 있었고, 내 대본이 메모로 너덜너덜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본에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물과 배경의 상황, 인물이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것을 어려워하는지 등을 아주 상세하게 연구하고 분석해 적어두곤 했다.
에세이가 아닌 창작 글을 쓰려거든, 예전에 내가 대본연구를 하던 것처럼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와 지문 이상의 것을 상상하고 정보를 모아 촘촘하게 상상하면서 쓰다보면 소설이 되지 않을까?
이왕 아이디어를 떠올린 김에 실습을 한 번해보자고 생각하며 카카오톡을 켰다.
'나에게 보내기' 대화방에 메모한 것을 그대로 옮겨본다.
그는 움직였다.
이 문장 속 상황을 섬세하게 상상하면서 써보는 것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어둠이 걷혀가며 연노란색으로 하늘이 물들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동료들은 재촉하지 않고 그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곁을 지키며 기다려주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우리가 불리해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는 더 지체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에 빠지는 동안 잿빛으로 잠겨있던 그의 눈동자에, 결심의 순간 광채가 담기기 시작했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지만 함께 불확실함을 무릅쓰고 나아가자고,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동료들은 그의 눈에 도는 생기만으로도 그가 선택을 마쳤다는 것을 알아차려줬다. 이제 다들 준비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애정과 믿음에 감사하며, 그 역시 오랜 시간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꽤 그럴싸한 짧은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갑자기 썼다. '그는 움직였다'로부터 시작한 상상이다. ㅋㅋㅋㅋㅋㅋ *스스로도 매우 신기함ㅋㅋㅋ
내겐 오랫동안 써보고 싶었던 문학글이 있다. 이렇게 몇 문장씩, 생생하게 그려지는 장면 조금씩 쓰다 보면 될 것 같다.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길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