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 소개를 읽다가 나를 관통하는 키워드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콘텐츠 분야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정보를 얻기 좋은 온라인 사이트가 있다.
잡다한 정보를 얻기 가장 좋은 곳은 구글, 네이버, 유튜브 등이다. 하지만 콘텐츠에 대해서라면 나무위키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덕후들이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모아다가 서술해놓는다. 종종 활용하면서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이렇게나 정성스럽게 정리해놓은 팬들도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한 번은 이름을 들어본 작가들에 대해서 검색해봤다. 검색을 이어가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작가들마다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내가 검색해본 작가들의 이름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강점만 있을 것 같은 작가들이었으니까.
먼저, <그것> 이나 <캐리> 등의 영화의 원작소설 작가 스티븐 킹. 공포 소설로 유명한 작가다.
스티븐 킹은 결말에서 '절대적 존재가 짜잔 하고 문제를 갑작스럽게 해결해준다'라는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이걸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한다. 이 점이 스티븐 킹의 약점이다. 하지만, 개성있는 다양한 인물을 활용해서 이야기를 힘있게 끌어나간다는 강점이 있다.
다음은 크툴루 신화로 유명한 러브크래프트.
그를 소개하는 글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문장은 이것이었다.
그는 글을 더럽게도 못 썼다.
작가인데 글을 '더럽게도 못 써'서 생전에는 글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고 한다. 다만,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후대 창작자들이 코스미시즘(코스믹 호러 라고도 한다)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예를 들어 코스미시즘에 대해 말할 때 줄곧 '크툴루 신화'라는 말을 쓰는데, 이 '크툴루'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중 한 가지에서만 등장하는 존재라고 한다.
필력이 좋지 못했던 것은 그의 약점이다. 하지만, 그는 상상력이 대단했다.
내가 사랑했던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 그 중에서 어벤저스1 속 미사일을 끌고 우주로 나가서 아이언맨이 본 광경. 광활한 우주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모가 많고 거대한 군단을 본 그가 느낀 두려움. 그것을 이미지로 담아낸 장면. 어벤저스 이야기가 더 입체적으로 발전하는 데 영향을 준 이 사건은 크툴루 신화를 연상케 한다. 러브크래프트가 아니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이 장면도 못 봤을 것이다.
작가여도 글을 못 쓴다는 소리를 듣던 사람도 있다. 그래도 그는 계속 썼다.
그의 일화를 읽으며, '글을 못 쓰니까 작가는 못 할거야ㅠㅠ'라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분야든 관심이 생기면 일단 해보고, 그 분야에 필요한 지식을 공부하고 훈련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점과 약점을 찾는다. 강점을 더 활용할 궁리를 하고, 실행한다. 이게 어느 분야에서든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전략이다. 게다가 스스로 즐길수 있는 판을 까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
다시 작가 이야기로 돌아가서, 스티븐 킹과 러브크래프트 모두 장르 문학으로 유명한 작가들이다.
러브크래프트는 앞서 언급했던 코스미시즘, 대적할 수 없을 만한 거대한 공포에 대해 다뤘다.
스티븐 킹도 공포를 주제로 한다. 그런데, 누군가 그를 인터뷰하면서 '왜 공포스러운 것에 대해 씁니까'라고 물었더니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왜 내게 선택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신이 잘 풀어내는 이야기 소재가 공포라는 것을,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고, 그 주제로 써야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에 그 주제를 쓴다. 이런 말을 저 간결한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책 <원씽>에서는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잘 굴러간다'는 주제를 전한다. 위에 언급한 창작자들은 자신의 테마 한 가지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갔다.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도 그만의 키워드이자 강점이 있다. 시대의 아픔을 삶에서 그대로 받아낸 사람들의 숭고함, 슬픔, 고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아티스트들은 저마다 한 단어로 표현할 테마가 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하다보니 드러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YB(윤도현밴드)의 보컬 윤도현은 자신의 곡 테마가 주로 '도전'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10cm의 권정열은 '사랑(연애)'에 대해서 자주 노래한다.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장르 영화를 잘 만든다.
다른 창작자들도 한 명씩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창작물과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나도 한 가지 테마를 찾거나 알고 싶어서 글, 사진, 새로이 해보는 활동들에 도전해보기를 이어왔다.
그러다 어느 날, 내 테마는 모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도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도 항상 '모험'같았다.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활동, 내가 전에는 가지 않았던 길을 탐험하는 것.
그래서 내가 첫 소설로 모험하는 이야기르 쓰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바다를 누비거나 괴물을 무찌르는 소년만화에 애정을 갖고 지켜봤나보다.
대학에서 만났던, 극히 이성적이었던 친구가 내게 해줬던 응원의 말로 마무리한다.
너는 모험가(익스플로러)야.
우리가 같이 들었던 저 유명 CEO특강에서 계속 네 얘기를 하는 것 같더라.
앞으로 난 너를 익스플로러(모험가)라고 부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