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쓴 메모는 현재 내게 글감, 아이디어가 된다.
어떤 아이디어라도, 지금 당장 실현될 것 같지 않아도 무조건 글이나 이미지 등으로 남겨두는 습관이 있다.
글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예전에 내가 써둔 메모들을 펼쳐보고 영감을 얻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글감에 대해서만 힌트를 얻는 것이 아니다. 글의 방향성, 다르게 말하면 분위기에 대해서도 도움이 된다.
'어떤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될 글을 쓰고 싶은지 등 다양한 방향으로 과거의 나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가끔 예능 중에서 효리네민박 시리즈가 보고싶을 때가 있다. 두 개의 시즌 중에서 시즌1을 주로 돌려보는 편인데, 싱어송라이터 아이류가 민박집 직원으로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이었던가, 다른 프로그램이었던가? 아이유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했다.
제 과거의 일기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아요.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데 있어서 본인이 과거에 써뒀던 일기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는 말이었다.
아이유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난 뒤에는 공감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 기간에 나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집과 자기소개서만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하고싶은 것에 대해서 메모만이라도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나름, 수험생인 나의 멘탈을 챙기려는 노력이기도 했다.
연습장이나 다이어리 등 오프라인 노트에 간단한 스케치나 짧은 글을 남겼다.
노션과 네이버메모, 브런치 서랍 등 온라인 여기저기에도 '지금 하고 싶지만 당장은 못 하는ㄴ 것들, 그러나 휘발되어 날아가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들'을 글로써 흔적으로 남겨뒀다.
막상 취업을 한 뒤에는 잠시 잊어버렸다.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하느라 바삐 보냈다.
그러다 다시 글쓰기에 욕심이 생겼다. 매일 조금씩 쓰는 것을 목표로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개인적으로도 글쓰기 목표를 정하고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글감이 필요했다.
이때, 브런치와 블로그, 메모, 노션 그리고 수첩 등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발견했다.
한때는 지금 못하는 것, 언젠가 하고 싶은 것, 그러나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 이렇게 아련한 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감상한 콘텐츠에 관한 글 쓰기, 우리 동네 탐방하며 기록 남기기, 여행 리뷰, 다시 공연 관람을 시작하고 줄거리만 소개하는 리뷰가 아닌 더 깊이 있는 리뷰 써보기, 문학 글 써보기, 일상 속에서 깨달은 점이나 내가 아는 팁을 공유하는 글 쓰기, 방문한 공간의 멋진 점이나 마음에 들었던 점에 대해서 분석과 감탄의 글 쓰기 등.
모두 예전에 내가 해둔 메모와 스케치에서 발견하고, 수 년이 지난 시점에 글로 닦아낸 아이디어들이다.
글로 표현해낸 메모들보다 아직 메모로 남아 있는 글감들이 더 많다.
모든 글을 한꺼번에 쓰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쉬울 때가 잦다.
하지만, 아직 써나갈 글감이 가득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해본다.
여전히 쓸 것들이 있다. 여전히 이야기 나눌 것들이 가득하다.
이젠 쓰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쓰고, 생각과 말과 삶의 흔적을 글자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