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항상 영상 가까이 있었고, 나는 항상 글 가까이 있다.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던 크리에이터 그룹이 있다. 유튜브에서 일상 뮤지컬 콘텐츠로 브랜딩한 '티키틱'이다.
현재는 일상 속에서 해볼 만한 재밌는 상상을 소재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주가 되는 영상에는 꼭 티키틱의 자작곡이 따라붙는다. 티키틱 뮤직비디오인 셈이다.
종종 다른 가수들의 곡에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덧붙여 재해석해서 커버하기도 한다. 짜릿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매직카펫 라이드'도 인상깊었다.
티키틱이라는 현재의 이름을 갖기 전에는 이 유튜브 채널의 이름은 '프로젝트SH'였다. 그리고 나는 그 때부터 이 콘텐츠 그룹을 알게 되었다. 지금보다 훨씬 짧은 영상 콘텐츠가 올라왔는데, 그 중 '길거리 삼대장'이라는 영상에 가장 크게 웃으며 공감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그룹에 속한 고정 멤버들은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이미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공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선, 리더 역할을 하는 이신혁 크리에이터는 UCC가 인기를 끌던 시기부터 이름이 알려져 있던 창작자라고 한다.
싸이월드 클럽 중에서도 '국가대표 UCC'라는 클럽이 있었다.
당대 유명한 UCC 스타 중 많은 이들이 그 클럽에 가입되어 있었다. 각 크리에이터를 위한 게시판 목록이 있었고, 팬들은 그 게시판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면서 댓글로 자신의 스타와 담소를 나눴다.
이신혁 크리에이터도 그 클럽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을까? 사실, 그때 나는 이신혁 크리에이터에 대해서 몰랐다.
왜냐하면, 당시 내 UCC스타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현재 티키틱 고정멤버 중 한 명인 오세진 크리에이터였다.
나는 오세진 크리에이터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댓글로 소통하며 UCC 문화를 누렸다.
처음 오세진 크리에이터를 알게 된 계기는, 한 립싱크 영상 덕분이었다.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될 정도로 유명했다. TV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는, 전부터 알고 있던 팬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
공포, 좀비, 스릴러, 대학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청춘+스릴러물 등 다양한 장르의 여러 UCC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콘텐츠를 몇 번씩 돌려보곤 했다.
사춘기 학창 시절을 보내던 내게는 아이돌 무대 영상보다 내가 좋아하는 연극/뮤지컬 공연 영상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영상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보는 것이 더 즐겁고 흥미로웠다.
대학 진학 후, 싸이월드를 덜 이용하게 되면서 UCC도 클럽도 잊고 지냈다. 그러다 유튜브 프로젝트SH채널에서 오세진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는 영상을 발견했다.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정말 반가웠고, 계속 영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전과 다른 결일지 몰라도, 이 창작자의 연기를 계속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덕에 기뻤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신기하고 경이롭다. 머리에서 구상한 이야기를 이토록 시청각적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내다니!
아이디어와 기획력, 연출력 그리고 실행력에 놀란다. 그리고 자주 부러워한다.
"나는 저렇게 하지 못하는 걸까?"
교복을 입는 학생 때부터 이미 자기 상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을 시작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며 부러워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글을 썼다.
교복을 입던 학생 때부터, 공개적으로도 비공개적으로도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자주 영상 크리에이터들의 결과물과 재능을 부러워한다.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은 나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다만 분야가 달랐던 것 뿐이다.
에세이와 리뷰를 쓰고, 가끔은 상상을 펼쳐보는 문학적인 글도 쓰면서 이야기를 쌓아간다.
동화 파랑새가 연상된다.
틸틸과 미칠(치르치르 미치르는 일본식 표기라고 한다)은 크리스마스 전, 꿈 속에서 파랑새를 찾아서 사로잡아와야 했다. 하지만 집을 떠나 밤의 나라 등 새롭고 먼 곳까지 모험을 해도 파랑새를 잡는 데 실패했다. 결국 빈 손으로 집에 돌아와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집에서 기르던 새가 파랑새였다.
내가 보내는 시간, 꾸준히 이어가는 활동에 대해서 스스로는 잘 모를 때가 많다.
만약 이런 생각이나 이야기들을 글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글쓰기와 나의 인연에 대해서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꾸준히 글을 써서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