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강릉역사 사물함, 분실물 되찾는 방법

뜻밖의 사건으로 알게 된 문제 해결력, 그리고 인류 일자리의 밝은 미래ㅋ

by Sayer

사건 개요

강릉 로컬 숙소, 독립영화관, 궁금했던 카페 해변에 당시 감상하던 콘텐츠 촬영지까지 다녀와 뿌듯한 기분으로 느긋하게 역으로 향했다.

사물함 문을 열며, 기차에 오르면 글을 쓸까, 다른 콘텐츠를 볼까 무얼 할까 즐거이 고민을 하던 찰나...

사물함 안쪽에 강릉샌드 포장 봉지만 남겨져 있고, 내 배낭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뭐지? 소매치기도 아니고 이건 뭐지?
보통은 훔치려거든 다 가져가지 않나?
왜 얘만 남겨두고 가져갔지?

내 여행 짐의 80% 이상이 들어 있는 배낭 분실!

이 상황을 알아챈 것은 열차 출발 15분 전이었다.

문제 파악 20분 전에 촬영한 사진ㅋㅋㅋㅋㅋ

처리 방법

우선, 역무원께 사물함 근처 분실물 들어온 것 있는지 문의한다. 본인 과실로 사물함 밖에 물건을 두고 깜박했다면, 이곳에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 짐은 거기 없었다.


그다음, 사물함 관리 회사의 고객센터에 통화하여 문의한다. 사물함 자체에 관한 문제는 역무원이 아닌 사물함 업체에서 관리한다. 운이 좋으면 바로 본인 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해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센터 직원들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바로 다음 일을 했다.


기존에 예매한 차표를 바로 다음 시간 또는 30~40분 정도 여유를 둔 이후의 시간으로 '여행 변경'처리한다. 코레일에서는 환불 및 새로 결제할 필요 없이, 여행일정을 변경하는 것으로 차액만 결제 또는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그다음, 기다리거나 사물함 관리 회사에 재문의한다.

*유의사항, “여행 변경”으로 차표를 다른 시간대로 교환하는 것은 기존에 예매한 차편 전후로 3시간 차이를 둔 열차까지만 변경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존 표가 12:30에 출발하는 열차 예매권이었다면, 9:30부터 15:30까지의 열차 중에서 교환 가능.

**그리고, 최대 2회까지만 변경 가능하니, 처음에 여유있게 변경하는 것이 좋다.


재문의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 내 과실은 없었다.

전화응대를 하는 업체 측 과실이었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분실된 것 없이 가방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해결 후의 생각

40분간 분노 MAX(최대치) 상태유지 ㅋㅋㅋ

남의 체취가 묻은 가방을 메고 귀가 열차에 오른 초반에는 분노에 차 있었다.

사물함 회사 측에서 직원 과실로 남의 사물함을 임의로 열어서 애먼 사람을 패닉에 빠지게 했음에도 안내를 이상한 방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 들은 응대는 이랬다.

"짐은 사물함 우리 업체에서 찾아다가 부쳐줄 테니, 일단은 기차를 타고 이동해라"
사물함에 맡겨둔 가방에 대부분의 짐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순 없다고 하니 기다리라고 했고,

이후에 두 번째 전화를 했을 때는 이런 변명을 들었다.
(해명이라고 했겠지만, 내겐 변명으로 들렸다)

"다른 사람이 본인 짐을 당신의 사물함에 잘못 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당신이 이용중인 사물함을 열어서 확인해도 되겠느냐고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안 받았다. 그래서 임의로 당신이 사용중인 칸을 열어줬다."

그런데, 부재중 전화나 스팸 전화에 남아있는 연락처가 없었다.

본인들이 일을 잘 못해서 괜히 웃돈을 주고 늦은 귀가를 하는데, 등 뒤의 배낭에서는 그다지 향기롭지 않은 남의 냄새가 나는 상황이 매우 불쾌했다.


하지만, 새로 예매한 열차 좌석에 앉아서 가방을 내려놓고 차창 밖 노을을 잠시 보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잃어버린 것 없이 찾은 게 어딘가! 가방은 세탁하면 되고, 어쨌든 오늘 안에 귀가는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문제 상황을 발견하고,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해결한 뒤에 분노한 마음을 가라앉히기까지 도합 40분 걸렸다.


이 사건으로 얻은 것 = 인류 일자리의 밝은 미래

한 편으로는 다소 안심을 했다. 아무래도, 아직 기계가 우리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뺏기에는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강릉역 사물함은 전자식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비스센터에서 원격으로 문을 개폐할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역 근처 또는 여행자들이 자주 들르는 가게에서 여행자들의 짐을 보관해 주는 서비스는 실물 열쇠로 문을 여닫거나, 사람 대 사람으로 짐을 건네받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원격과 전자식 시스템이 탑재된 기계 서비스보다 면대면 또는 아날로그스러운 열쇠 사물함이 더 짐 보관을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인류는 아직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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