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精讀)’을 한자어 뜻 그대로 풀면 ‘정성[精]을 다하여, 자세하고[精] 꼼꼼하게[精], 글의 핵심[精]과 정수[精]를 파악하며 읽는[讀]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학문에 관하여(Of Studies)’라는 글에서 독서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어떤 책은 맛보기만 하고, 어떤 책은 삼켜버리고, 또 어떤 몇 권의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하는 몇 권의 책’만큼 정독의 의미를 잘 나타내는 표현은 없을 것이다. 공자가 만년에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질 정도’로 <주역(周易)>을 탐독했다는 데에서 나온 ‘위편삼절(韋編三絶)’이나, 위나라 학자 동우가 제자들에게 주자의 독서법을 전하며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나타난다’고 했다는 ‘독서백편기의자현(讀書百遍其義自見)’ 역시 정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서는 인류의 대표적인 학습 수단이었으며, 특히 정독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정보 획득을 넘어서, 책 속의 깊고 본질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자아를 완성해 가는 중요한 수행의 일환이기도 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성어는 ‘남자라면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뜻인데, <장자>의 맨 마지막 ‘천하(天下)’편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 당시 책의 형태와 분량을 고려할 때, 다섯 수레의 책은 지금으로 치면 몇 권 분량이나 될까? 공자가 <주역>을 읽고, 장자가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이야기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오늘날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와 통찰의 양에는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히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의 업무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제 AI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신속하게 생성하고,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며,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빠르고 방대하지만, 그것이 정확하고 유효한지, 편향되지 않았는지, 맥락에 맞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AI가 제공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중요한 정보를 선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은 결국 문해력에 기초한다. 그래서 이 문해력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직장에서 문해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쏟아지는 이메일을 빠르게 파악하고, 중요도에 따라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문해력이 필요하다. 또한, 복잡한 보고서나 기술 문서를 읽고,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보고하거나, 데이터가 포함된 자료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 역시 문해력이 그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문해력이 뛰어난 사람은 복잡한 지침이나 규정을 빠르게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바꾼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리더의 능력 역시 문해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독은 글을 천천히, 깊이 읽으며 단어와 문장, 문단의 의미와 논리적 연결을 꼼꼼히 파악하는 읽기 방식으로 특히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OECD가 2023년에 실시한 ‘성인 역량 조사(Survey of Adult Skills)’에 따르면, 문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학업 성취도와 직무 수행 능력이 모두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이 뛰어난 사람은 복잡한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문제 해결력과 직업 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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