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갈망한다. 나도 그렇다.
매주 로또1등을 상상하며, 부자가 되면 어떤 집에서 살지, 어떤 차를 몰지, 어떤 일을 할지를 그려본다.
상상 속의 나는 언제나 멋지다. 하지만 그건 늘 상상일 뿐이다.
김은숙 작가의 <다 이루어질지니>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블리스가 실제로 존재해서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과연 그에게 로또 1등이 되게 해달라는 것과 같은 소원들을 빌게 될까?
누구나 세 가지 소원 중에 하나는 돈이 많게 해달라고 한다는데.
드라마에서 수지가 연기한 고려인 소녀는 고려로 돌아가기 위해 낙타를 사러 나섰다가,
가진 돈을 모두 강도에게 빼앗긴다.
그녀는 절망 속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내 처지에 과분한 걸 바라서 당한 거야. 대추야자 값을 너무 비싸게 받았어."
그 장면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사실 그 대추야자값은 이블리스가 실수로 망가뜨린 걸 보상하기 위해
금은보화를 내놓으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말한 '과분함'은 자신을 낮추는 말이 아니라,
'내가 흘리지 않은 땀으로 얻은 대가'에 대한 자각이었다.
세상에는 아무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나 역시, 그 고려인 소녀처럼 내가 내 힘으로 벌어 얻은 것에 훨씬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대사가 내 마음에 유독 깊이 남았다.
요즘 나는 러닝을 하고 있다. 이제 세 달째다.
처음엔 1km도 온전히 뛰지 못했는데, 지금은 3km는 거뜬히 달리고 4km를 채우기 위해 숨을 몰아쉬며 끝까지 버틴다.
어떤 날은 몸이 가볍게 날아가는 것처럼 뛰어지고, 어떤 날은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끌고 완주한다.
하지만 이제는 '왜 이렇게 힘들까'보다
'오늘도 뛰었구나, 오늘도 내 하루를 완주했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러닝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듯,
삶의 노하우도 그렇게 쌓여가는 게 아닐까.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번갈아 온다.
결국 중요한 건 그 리듬 속에서도 다시 달려 나가는 힘,
버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모든 걸 어렵게 얻을 필요는 없지만,
쉽게 얻은 건 쉽게 잃는다.
오늘의 러닝처럼,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이 과정이
어쩌면 내가 진짜 이루고 싶은 소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