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이야기는 오래 살아남는다. 3 (2025/06/26)
- 공경비 긴 여정 스토리 세 번째
스터디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원고를 넘기고 합평을 기다리는 그 시간은, 마치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드나드는 찜질방의 그것과도 같다.
설렘으로 달아오르다가도, 곧장 불안이라는 얼음물에 풍덩 빠진다.
내 글이 다른 이들의 눈엔 어떻게 비칠지, 걱정과 기대가 엎치락뒤치락 난리다.
그런데, 메일을 보낸 다음 날. 스터디원 중 한 명에게서 답장 한 통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짧은 메일 한 줄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자신감이 폭등했던 것 같다.
그야말로, 하늘 위로 붕! 솟았다. 곧 당선이라도 될 것처럼.
그리고 그 주 일요일, 나는 자신만만,
드라마 스터디를 위해 수원역의 ‘민들레 영토’로 향했다.
한 때 감성 가득한 청춘들의 성지였지만,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커피숍 브랜드인.
그날은 왠지, 커피숍 이름처럼 마음속에도 민들레 홀씨 하나 날려 보낸 날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 반전이 있었다.
문제는 그 반전이라는 게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통쾌하게 만드는 반전이 아닌,
전의를 상실케 하는 그런 반전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게다가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질 때의 충격은 배가 되는 법이었다.
S#1. 민들레영토 스터디실
대 여섯의 스터디원들 테이블에 둘러앉아있다.
스터디원 1 (대본을 탁자에 툭 놓으며, 팔짱을 끼고) 읽어 봤는데요. 이 작품은… 별로인 것 같아요.
그냥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합평이 시작된 순간, 스터디원 1이 기다렸다는 듯 <장미 아파트 공경비>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다.
순식간에 민들레 홀씨처럼 부풀었던 자신감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내 안의 ‘곧 당선될 작가’는 커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조용히 퇴장 중이었다.
불편한 감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나는 불끈 전투력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리고 더 쓰고 싶어졌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하라면 하기 싫은 -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금지되면 낭만이 붙고, 허락되면 흥미가 사라지는 -
반골 기질, 그날 그게 또 발동된 것이었다.
‘그냥 버리라’는 말에 더 오기가 생겼던 듯싶다.
- 진심을 담아 쓴 글이, 후에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이 드라마가
헛되이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미아파트 공경비>의 여정은 그날 진짜 시작된 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