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9시, 종이 울리면 나는 선생님이 된다.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고,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누군가의 몸에 마음에 생긴 실금도 신경써야 한다.
그날따라 유독 수업이 어렵고, 몸이든 마음이든 다치는 아이가 생겨도 나의 감정은 오히려 깊숙히 넣는다.
그렇게 나는 하루 종일 감정을 소비한다.
화는 꾹꾹 삼키고, 다정함은 최대한 끌어내고, 실망스런 표정대신 웃음을 꺼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쓴다.
오후 5시, 종이 울리지 않아도 나는 엄마가 된다.
아이들에게 밥을 주고,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의 짜증, 쌓여있는 집안일까지.. 내 몫이 아닌 건 없다.
가끔은 내 마음이 삐그덕 거린다.
"하... 나 좀 지친 것 같아."
그날따라 유독 아이가 짜증을 내고, 그 짜증에 나도 화를 내고, 그 화에 내 마음이 아파온다.
그렇게 나는 또 감정을 소비한다.
아이 옆에 누워 아이의 하루가 마무리 되길 기다린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이 오면 나는 핸드폰을 든다.
그리고 '아무거나 싼 것, 꼭 필요하진 않지만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을 사기 위해 쇼핑몰을 뒤진다.
어떤 나쁘지 않은 옷을 장바구니에 넣고, 아이를 위한다며 책을 또 담는다.
그거 하나 산다고 내가 없던 돈이 더 없어지는 것도 아니란 생각을 억지로 해본다.
그거 하나 산다고 나아질리 없을 내 기분에 그 순간만큼은 묘한 위로를 받는다.
낮에는 감정을 소비했고,
밤에는 감정소비를 한다.
내가 낮동안 소비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돈을 썼다.
결국 오늘은 그렇게 소비를 했다.
낮에는 마음을
밤에는 통장을 깎아 먹을 소비.
하지만 이런 소비라도 하지 않으면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산 물건과 함께
내 마음의 불편함이.. 지침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배송 추적을 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어딘가에서 나를 향해 오고 있는 작은 상자 하나가,
내일의 나를 조금은 붙잡아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