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다.

by 잠시ㅡ나

나는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다.


나는 하루 종일 바쁘다.


아침에 나의 출근준비, 아이들의 등원준비...

출근해서부터는 수업 마치는 시간까지

수업을 하고,

미룰만큼 미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쌓여있는 업무를 해치우고,

내일의 수업을 준비하면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잠시 커피 한잔으로 한숨을 돌리고,

빨래도 돌리고, 청소기도 돌린다.

아이들 방도 치우고, 거실도 치우고...

아! 맞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하며 매일 안 할 수 없는 인생 최대의 고민을 한다.


그러다 하 이제 좀 쉬자, 하고 시간을 보니

어? 우리 둘째 올 시간이네?

부랴부랴 둘째를 데리러 간다.

둘째와 함께 첫째를 데리러 간다.


어느새 셋이 된 우리는

나 혼자면 벌써 도착했을 그 길을

여전히 걸어서 집에 도착한다.


휴.... 아 맞다.. 오늘 뭐 먹으려 했지?

지난주 엄마가 끓여서 얼려준 미역국을 녹인다.

어제 내 단짝 쿠팡에서 주문한 돈가스를 돌린다.

오늘 아침 주문한 반찬 가게 반찬도 그릇에 담아본다.


내가 한 거라고는 없는 그 밥상에 냠냠 맛나게 먹는 아이들을 본다.

고맙고 미안하다.


밥을 먹고 난 아이들이 노는 사이 설거지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첫째의 공부를 봐준다.

학교에 들어갔으니 공부를 안 할 수는 없는 일.

자 이제 엄마 선생님 모드로 변신..


"엄마 나도 공부할래."

둘째가 끼어든다...


'휴... 너네 아빠는 언제 오려나?'


이 시간쯤 되면 남편이 너무나 그리워진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남편이 오면 둘째를 맡기고,

난 첫째의 공부를 봐준다.

씻기고, 재운다.


하루가 다 끝났다.


어? 근데 뭐지?

아까 치웠던 것 같은데.. 거실이...

치우기 전보다 더 더러워져있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같은데

여전히 내 삶은 게으르다.


누가 볼까 두려운 거실을 못 본 체 하고,

일단 아까 돌렸던.. 빨래를 건조기에서 꺼낸다.

밀린 드라마를 보며 빨래를 갰지만..

하... 넣는 것까지는 못하겠다.


결국...

어? 더 더러워졌네..

이제 흐린 눈을 할 차례....


나는 오늘도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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