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흐르는 시간의 미스터리

by 잠시ㅡ나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미스터리가 있다.
누군가 시간은 공평하다고 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하루하루 속 시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첫 번째 미스터리.

- 한 시간은 길고, 하루는 짧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하루는 하나하나가 사건이다.
밥을 먹이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은
마치 미션처럼 이어진다.

그 한 시간은 길고 무겁다.


그러나 눈을 뜨고 감는 사이
하루는 스쳐 지나가고,
한 달이, 일년이 지난다.

“어제 뭐 했더라?”
떠올릴 겨를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한 시간은 분명히 느렸는데,
왜 나의 하루는, 한 달은, 일년은 이렇게 빨랐을까?


두 번째 미스터리.

- 내 아이는 천천히 크고, 남의 아이는 순식간에 자란다.


내 아이를 바라보면
“도대체 언제쯤 혼자 밥을 먹고,
언제쯤 스스로 양말을 신을까...”
기약 없는 기다림이 길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만난 친구의 아이는,
이웃집 아이는,
어느새 또 키가 자라고, 말을 또박또박 한다.

“어머, 벌써 이만큼 컸다고?”

“어머, 벌써 한글을 읽는다고?”

남의 아이는 매일 자라는 것 같고
내 아이는 제자리걸음처럼 보인다.
그건 아마, 매일 바라보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더 간절히 기다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 번째 미스터리.

-아이가 크는 속도보다 내가 늙는 속도가 빠르다.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울 속 내 얼굴엔
주름이 하나 둘 생기고,
허리엔 익숙한 피로가 눌러 앉았다.


내 눈 속에 비친 아이는 이제 1년 더 자라났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나는 5년, 아니 10년 늙었다.


우리가 보낸 같은 하루가

같지 않았음을 느낀다.

" 아이는 엄마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

는 누군가의 말이 스치듯 떠오른다.


네 번째 미스터리.

- 지나간 시간은 아득히 먼데, 어제 같은 기억도 있다.


첫 걸음마를 떼던 날,
처음 엄마라고 불러준 날,
조금은 우스운 그림으로 편지를 써준 날.

벌써 몇 해가 흘렀다.

그런데 그 순간들은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또렷하게 가슴에 남아 있다.

기억은 흐리지 않고,
시간만 빠르게 멀어져 간다.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던 그날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영원히 머물러 있다.


육아는 언제나 '지금'을 살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지금은,
조금 느리지만
아주 소중한 시간들로 채워진다.


시간의 속도에 혼란스러울 때,
조금은 늦게, 더 천천히,
아이와 함께 걷는 지금의 순간을
마음속에 가만히 붙잡아 두려 한다.


아이는 자라고, 나는 늙지만,
그 모든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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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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