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나보다 낫다.

고맙고 미안한 첫째에게

by 잠시ㅡ나

아이들을 참 귀신같다.

어쩜 그렇게도 내가 힘든 날,

유난히도 지치는 그런 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싶은 딱 그런 날..


아프거나 이유도 없는 떼를 써서

나의 진을 다 빼놓는다.

그것 참 신기하다.


그날도 그랬다.


비가 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지

공기엔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서

팔을 휘휘 저으면 물이 묻을 것 같은

안 아프던 어깨와 허리도 쑤시는 그런 날이었다.


학교에서도

이런 날 아이들은 귀신같이 떠들고..

공기 중 습기 때문인지

유난히 들떠서 더 떠드는 건지

교실의 소리들은 내 귀와 신경을 자극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로 쓰러져버리고 싶을만큼

딱 지쳐서 집으로 갔다.


겨우겨우 지친 몸과 마음으로 힘을 짜내어

내 밥이 아닌 너희 밥이라 겨우 겨우 하고 있는데

떼쟁이 둘째가 난데없이 울고불고한다.

이유를 찾아서 해결해 주려 애쓰다

애꿎은 밥숟가락만 던져서 내려놓고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차마 멀리 가지는 못하고 문 앞에 서있는데

첫째의 목소리가 들린다.

" 걱정 마. 엄마 멀리 안 갔어. 엄마가 속상해서 그런 거야. 우리 겁주려고.."


그래 저렇게 달래줬어도 되었을 것을...

나는 어른이고 둘째는 떼쟁이 아이일 뿐인데

나는 그 잠시를 못 참고 뛰어나왔는데..


둘째를 달래는 차분한 목소리에 내 마음도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고는 왠지 괜한 고집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그 짧은 순간에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늘 고맙고 미안한 첫째..

어린 너도 하는 걸 내가 못했다.

그래.. 니가 나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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