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봉선화, 그리고 묵은지
생각보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바다가 가까운 동네에 사는 것은
어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참 감사할 일이다.
바다 앞에서는 다툼도 잠시 잊곤 하던, 딸아이들.
유월.
미리 심어둔 봉선화가 아주 잘, 크고 있던 계절.
올해는 유월부터 무척 더웠다.
며칠 햇볕을 바짝 쬐곤 축 처진 잎들에 아이들이 물을 주던 날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물을 주면 잠시 후 파릇_해지던 이파리들.
땀을 잔뜩 흘리던,
여름맞이에 한창인 어린이들을 위해 키위를 갈고
내 커피도 한 잔 내려서
비좁은 마당 한 켠에 옹기종기 앉았다.
아,
초당옥수수로 살짝 렌지에 돌려서!
분필만 있어도
저만의 추억을 가득 만들어낼 줄 알던 어린이들.
담벼락에 가루를 날리며 잔뜩 새겨넣던 유월의 무지개들.
그리고 그렇게 왕성하게 자라던 봉선화를 수확하던 며칠 뒤.
봉선화는 이파리도 함께 뜯어 빻아서 하면 색이 잘 나온다 하여 골고루 한 컵 뜯어서,
아이들 작은 손톱에
어설프게 귀엽게 올려주던 저녁.
쨘.
첫사랑을 하게 된다면 :)
그 땐 더 정성들여 찐-하게 물들여주마.
그리고 그 날의 저녁은,
주홍빛 손톱처럼 푹, 맛있게 익은
묵은지 등갈비찜.
묵은지는 무척 귀한 식재료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신랑도 밥그릇을 싹싹 훑어먹게 하는 밥도둑.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등갈비까지 더해서
압력밥솥에 푹 쪄내면
그 날 밥상은 잔칫상.
그 날의 밥상에 붙인 이름과
그 날의 네 그림은..
그 모든 것들.
오래 보아도
오래 두어도
오래 되어도 참 좋은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