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시작된 위기, 붉은 무를 찾아서

김치의 제왕 – 발효의 탑으로.

by 수미소

평화롭던 김치 유니버스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름하여 ‘블랙 스팟’

김치기사



이 전염병 같은 현상은 왕국의 생명줄이자 주식인 배추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싱싱하던 밭의 배추가 하루아침에 누렇게 변하고, 정성스레 절여둔 배추조차 손대기도 전에 썩어갔다. 왕국의 백성들은 남은 양념으로 죽을 쑤어 연명했지만, 그것마저 바닥나고 있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한숨이 마을 골목마다 번졌다.

“이러다 우리 모두 굶어 죽겠어…”
“김치 없는 세상이라니, 상상조차 하기 싫다…”

절망의 기운은 빠르게 번졌다. 희망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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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유니버스의 변두리에 있는 푸른잎 마을.
다른 곳과 달리 아직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 사는 소년의 이름은 김치. 평범해 보였지만, 사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늘 신비로운 눈길을 받곤 했다. 그 이유는 그의 집 뒷마당에 있는 낡은 장독대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전설의 장독대”**라 불렀다. 수백 년 전, 세상을 구한 김치 마스터들이 남겼다는 소문이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김치는 그저 오래된 장독대라 생각했지만, 할머니는 매번 장독대 앞에서 묘한 표정으로 오래 머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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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치야, 오늘은 무른 배추라도 구워 먹자꾸나. 남은 게 그것뿐이란다.”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김치는 마음이 무거웠다. 배추가 썩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장독대 앞으로 다가갔다.
뚜껑을 조심스레 열자, 짭조름한 소금물이 은빛 파문을 그리며 흔들렸다. 그리고 그 깊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붉은 빛이 깜박였다.

“뭐지…?”

손을 뻗은 순간, 차가운 소금물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살아 있는 심장이 뛰듯 두근거림이 전해졌다.

꺼내든 것은 붉게 빛나는 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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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무는 하얀 빛을 띠지만, 이 무는 태양의 불꽃을 품은 듯 강렬하게 빛났다. 순간 방 안이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할머니가 놀란 눈으로 외쳤다.
“김치야! 그건…!”

“할머니, 이게 뭐예요?”

“그건 우리 가문이 수백 년 동안 지켜온 보물이란다. 전설의 ‘김치 레시피’가 봉인된 붉은 무… 하지만 그 무를 진정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김치 마스터’들의 힘이 필요해.”

할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치 이 순간이 올 줄 알고도 두려워하던 듯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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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붉은 무를 꼭 쥐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단순한 온기가 아니었다. 무언가 그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너를 기다렸다. 세상을 구할 자여.

환청 같은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김치는 순간 몸서리를 쳤지만 곧 눈빛을 굳혔다.

‘이 무가 블랙 스팟을 막을 수 있다면… 내가 해야 해.’

그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결심을 전했다.
“제가 이 무를 들고 김치 마스터들을 찾아갈게요! 반드시 블랙 스팟을 없애고 할머니 미소를 되찾아드릴 거예요!”

할머니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그래, 김치야. 길은 험할 게다. 하지만 네가 우리 희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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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붉은 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김치의 온몸을 감쌌다. 마치 새로운 힘이 그의 가슴에 심어진 듯, 눈동자 속에서 불꽃 같은 빛이 번졌다.

푸른잎 마을의 작은 소년 김치.
그는 더 이상 평범한 소년이 아니었다.

전설의 붉은 무와 함께, 세상을 구할 위대한 여정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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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풀이

블랙 스팟: 배추와 김치의 생명력을 무너뜨리는 원인 불명의 병.

전설의 장독대: 옛 김치 마스터들이 비밀을 봉인한 장소.

붉은 무: 태양의 불꽃을 품은 신비한 무, 전설의 레시피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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