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제왕 – 발효의 탑으로.
전학생 배추가 교실을 구한 사건 이후,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야, 진짜 발효 빛 본 거 맞냐?”
“곰팡이 마스터 부하를 한 방에 막았다던데?”
소문은 번개처럼 퍼졌다. 급식실, 매점, 운동장, 심지어 화장실까지, 학생들이 모이는 곳마다 배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곰팡이 무리들이 언제든 다시 들이닥칠 수 있다는 사실. 한 반 아이들만으로는 결코 버틸 수 없었다.
---
다음 날 아침, 담임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교탁을 두드렸다.
“얘들아, 체육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 곰팡이의 재습격에 대비해 다른 동아리와 힘을 합쳐야 한다.”
순간, 교실 문이 쾅하고 열렸다.
불타는 눈빛의 소년이 들어섰다. 그의 머리카락 끝이 은근한 붉은빛으로 타오르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운 연기가 자욱하게 따라다녔다.
“내 이름은 고춧가루. 매운맛 동아리 대표다.”
교실 공기가 확 달아졌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매운 아우라. 아이들은 죄다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
“하하하! 네가 그 유명한 배추냐?”
고춧가루 전사는 배추를 노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좋다. 나랑 한 번 붙어보자.”
그가 손바닥을 내밀자 배추도 주저하지 않고 맞잡았다. 순간, 두 힘이 충돌했다. 교실 안이 붉은 불꽃과 초록빛으로 물들며 책상들이 흔들렸고, 칠판에 적힌 수학 공식이 한꺼번에 지워졌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 진짜 전설의 힘이다!”
“이게 진짜 김치 파워야?”
---
팽팽한 기운 속에서 배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곰팡이 마스터에 맞서야 해. 서로의 힘이 필요하다.”
고춧가루 전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씩 웃으며 불꽃같은 대답을 내뱉었다.
“좋아. 네가 김치라면, 난 불꽃이다. 함께라면 못 이길 적도 없다.”
그 순간, 천장을 뚫을 듯 매운 불꽃이 솟구쳤다. 교실 위로 붉은 연무가 번지고,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김치 원정대, 첫 번째 동료가 드디어 합류한 순간이었다.
---
키워드 풀이
발효 빛: 배추가 지닌 치유·정화 에너지, 곰팡이 공격을 막아내는 힘.
매운맛 동아리: 교내에서 가장 화끈한 동아리. 고춧가루 전사가 대표.
고춧가루 전사: 불꽃의 힘을 다루는 전학생. 배추 기사와 대립하다 동료가 됨.
곰팡이 마스터: 썩음과 부패를 퍼뜨리는 어둠의 세력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