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던 시절, 나의 본업은 분명했다.
인적자원개발(HRD) 기획자.
쉽게 말해, 사람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과 훈련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일이었다.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가리지 않고 프로젝트를 맡았다.
겉으로는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면 고급 막노동에 가까웠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굴러가게' 만들려면 정말 잡다한 일들이 산더미였다.
나는 멀티플레이어이자 만능 잡부. 시간과 체력과 정신력을 쏟아부어 프로젝트를 완수하곤 했다.
그런데, 월급은… 참 아쉬웠다.
이건 회사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그 감정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고작 이 정도?" 하는 그 미묘한 배신감 말이다.
그래서 부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계산이었다.
체력이 약한 나에게 활동적인 일은 오래 못 간다는 걸 알았고, 앉아서 머리 쓰고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온라인 수익화가 체질에 맞겠다고 판단했다.
퇴근 후, 주말마다 공부했다. 큰 기대는 없었다.
"이걸로 진짜 돈이 될까?" 하는 반신반의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럴거면 알바를 하는게 낫지 않아??"
돈 때문에 부업을 한다면서 돈이 될지 의문을 갖는 나새끼는 도대체 뭘 바라는 거였을까?ㅋ
가만 생각해보면 '돈이될까?'라는 질문은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긍정이었다. 돈이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가만 보자니 될거 같긴 한데
안해본 일이니, 심지어 주변에 그 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서 약간 옛날에 공룡이 있었다는데
진짜 있었던건 맞아? 라고 공룡뼈를 보고도 체감하지 못하는 형태였던것 같다.
나는 경험주의자다. 그래서 때려맞아봐야 체감을 한다.
그래서 해보자고 마음 먹었던 거였다.
나에게 알바와 부업의 개념은 조금 달랐다.
알바는 단순하게 나의 시간과 노동을 돈으로 바꾸는 일이었고,
부업은 돈이 들어오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프리랜서 경험이 있어서 당장 알바처럼 돈을 벌수는 있었지만
시간이 좀 걸려도 온라인 수익화 시스템을 만들보고 싶었던것 같다.
내가 뭔가를 계속 해야만 돈이 들어오는 단기 알바가 아니라 자면서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나에게 부업은 불안정한 세상에서 나를 지킬 에어백 같은 개념이었던것 같다.
그 결정엔 냉정한 계산도 있었다.
기업교육을 하면서 40-50대 직장인들을 만나다 보니 깨달았다.
"내 조직생활도 길어야 40대 후반까지겠구나." 자의든 타의든, 그 즈음엔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그 이후의 인생이 훨씬 길다는 걸 생각하면, 나에게 주어진 준비 시간은 고작 10년 남짓.
빨리 움직이는 게 맞았다. 마침 AI가 세상에 등장하며 모든 게 빠르게 바뀌고 있었고,
굳이 미룰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업이 본업보다 재미있었다.
당장 큰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었지만,
매일 스트레스받던 본업과 달리 새로운 걸 배우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훨씬 흥미로웠다.
마치 멈췄던 뇌가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작년에 읽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일주일에 한 번 새로운 것을 해보라"는 과제를 본 적이 있다.
삶의 창의성이 돌아오고 멈췄던 뇌가 다시 활성화된다고 했는데, 정확히 그 기분이었다.
부업은 경제적 안전성을 위해 시작했지만, 나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줬다.
작은 성공들, 성취감,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확신.
어렸을 때 받아쓰기 100점 받았을 때처럼,
새로운 걸 배우거나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발견할 때의 쾌감은 돈과는 별개로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그 생기가 역설적으로 본업을 버티게 해줬다.
왜냐고? 본업으로 돈을 벌어야 부업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아쉽게도 부업은 처음엔 배우는데 시간과 돈을 쓰지만 수익이 바로 나진 않았다...ㅋ)
나에게 부업은 '자생을 위한 온전한 경제적 안전망'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활력소였다.
그리고 지금,
그 활력이 완전히 나의 일상이 되었다. 디지털노마드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