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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 잘하고 있는걸까...?

자발적 커리어 단절을 시키고 디지털 노마드 살이 중이라면...

1월부터 이런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이 벌써 8월 마지막날....


어느새 8개월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지내고 있다.

근데 사실 최근에 좀 많이 힘들었다.


"뭐가?"


라고 묻는다면ㅋㅋ

2박3일을 얘기해도 모자를 만큼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것 같다.

유난히 뜨겁고 더웠던 올 여름 열기처럼

그렇게 지글지글하게 보낸거 같다.


힘든 얘기는 잠시 뒤로하고

이 어려움을 훌쩍 지나가버리기 위한 발버둥으로

일요일 아침 9시부터 컴터에 앉아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오늘은 뭘 읽을까...? 오늘은 집중할수 있을까..?


이런생각으로 집어든 책은 [퓨처셀프]였다.

이것도 월요일 독서모임에서 읽어야 하는데 못읽어서 숙제처럼 꺼내든 책이긴 했다ㅋ

혼자 의지는 너무 어려워서 항상 나를 강제로 끌어내 주는 장치를 참 많이 만들어 놓는 편이다.

그러다 번아웃이 오지만 그래도 어쩌랴ㅋ 내가 내 멱살 잡는건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한걸.


아무튼 '지금 잘하고 있는게 맞나?'라는 불확신에 흔들리는 나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언젠가부터 먼 미래의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는 게 너무 막연해졌다.
열심히 계획을 세워도, 막상 하루를 살아내는 데에 지쳐버리니까.


그런데 올해, 나는 20살이 넘어 처음으로 ‘안식년’이라는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엄청 목적지향적이고 계획적인 나에게 이건 큰 지각변동같은 일이다.
조직을 떠나, 오직 나를 위해 연구하고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은

온전히 10년 뒤, 20년 뒤의 나를 위한 투자였다.


하지만 정작 하루하루를 살아갈 땐, 그 마음을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매일매일 누가 시키지 않은 디지털 노가다의 생활을 해야하니까.

지금 내 일에는 정해진 일당이 없다. 그리고 정해진 일의 양도 없다. 일을 안한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고 더 하라고 다그치는 사람도 없다. 오로지 그저 '나' 혼자뿐이다.


어느 뇌과학 책에서 읽었는데 인간의 의지가 제일 믿을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이어트가 그렇게 힘든거고, 그래서 일찍일어나고 일찍자고 같은 바른 생활 루틴이 힘들다고.

그래서 그걸 해낸 사람들만 부자가 되서 부자들은 다들 아침루틴이 있다고 말하는지도...


이렇게 8개월간 혼자 버티는 시간을 지나며 외로움을 깊이 알게 됐다.
왜 “혼자서는 멀리 못 간다”는 말이 있는지도 몸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퓨처셀프 한 구절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20년 후 미래의 당신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겠는가?”




처음엔 바로 답하기 어려웠다.

20년 뒤의 나는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 20년 뒤면 내가 몇살인거야?

계산도 바로 안되는 그 나이가 너무 멀다 느껴져 막막했고,

웃기게도 상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상상인데 왜 이걸 못해?? 어짜피 정답도 없고 틀려도 되는데 그냥 해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년 뒤의 나는 대충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아파서 그냥 아주 부유하고 여유롭고 마음이 편한 상태정도만

상상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면 뭐라고 할까?


놀랍게도, 상상 속의 나는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고 있었다.


"어떻게 그 중요한 시기에 미래를 위해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고

하나씩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게 너무 대단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며


"그 덕분에 내가 잘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물론, 우울해서 하루종일 늘어져 있던 어제같은 날에 대해서는 조금 꾸지람 섞인 말을 하긴했다.

"어짜피 잘될건데 뭐가 그렇게 우울하다고 널부러져있었던거야?"

(컨설팅을 오래 해서 피드백하고 혼내는게 나의 정체성이긴 한가봄ㅋㅋ)


한번 미래의 내가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하니 머릿속에 줄줄줄 대사가 떠올랐다.

마치 진짜 드라마처럼 미래의 내가 나한테 말해주듯이.


“걱정하지 마.

너는 생각보다 집념이 강하고, 그 힘이 금방 성과로 돌아올 거야.

넌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야.

오늘 하루만 보고 살면 당장은 힘들 수 있겠지만, 그건 당장 눈앞에 앞에 좋은 미래가 안 보여서 불안해서야.

네가 매주 세미나에 참여하고, 틈틈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는 그 과정 속에서

벌써 작년의 너보다 훨씬 성장했잖아.

돈 당연히 중요하지만, 지금은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중인거야.

재능충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좌절하지 말고, 너만의 리듬과 재능을 믿어.”



그렇게 상상 속의 20년 뒤 내가 건넨 말을 듣고 나니,

어제까지만 해도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내가 오늘은 조금 몸도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 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뭐 어짜피 난 잘될건데ㅋ 뭘 그렇게 힘들어한거야?'



프리드리히 니체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모든 어려움을 어떻게 해서든 견뎌낸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야할 이유'라... 어렵다.

그냥 나는 지금이 힘들 때 잘 살고 있는 미래로 잠깐 도망을 쳐봐야겠다.

어떻게 잘 살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라는데 글쎄... 아직은 그정도 깜냥은 안되는거 같고

그냥 일단 내 기준 잘살고 있는 내가 되어서 지금의 나의 행동, 태도를 본다면

그래도 좀 객관적 시각을 갖을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짜피 잘 살고 있는 나의 결말을 보고 왔으니 지금이 좀 덜 고통스러워지지 않을까?

오늘 내 맘이 좀 편안해 졌던것처럼


이 글을 읽으면서 현생의 힘듦 속에 짓눌려 답답함에 격하게 공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호캉스 가듯 잠깐 미래의 나로 도망쳐 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요즘 유행하는 회귀물의 주인공처럼,

한참뒤 내가 다시 ‘현재의 나’로 돌아왔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후회되는것도 있고 칭찬해주고 싶은것도 있지 않을까?


그 상상만으로도 현실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면서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고 내일을 버틸 수 있는 작은 힘이 생기는것 같다.

내가 오늘 글을 쓸수 있었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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