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은 로망일뿐...ㅋ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사람들은 종종 상상한다.
푸른 바다 앞에서 노트북을 열고,
라떼 한 잔 옆에 놓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
하지만 현실은,
내가 사는 집, 방 한 켠에서 시작된다.
아침에 출퇴근하는 시간이
침대방에서 컴퓨터방으로
극단적으로 단축된것일 뿐
9시에 맞춰서 출근하던 루틴은
몇달째 유지하고 있다. 왜지..?ㅋㅋ
거창하게 디지털 노마드라고 했지만 확신은 없어서 찾아봤다.
"디지털 노마드는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들 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주로 프리랜서, 원격 근무자, 창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에 속하며,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Ai브리핑-
음.. 그렇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기기 활용해서, 일하는 사람이라니
나 디지털 노마드 맞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얼마나 멋지게 디지털 노마드 하고 있을까?” 기대하신 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기대를 넣어두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저 그냥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 부업, 그거 손에 잡히는대로 해보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지금부터 힘들었던 얘기 할거에요.
맘처럼 쉽지 않아 열받는 중이거든요..ㅋ"
거창하게 시작할 수 없었고, 거창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즘은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은 뭘 하지?' 생각을 하면서
기획하고, 글 쓰고, 영상을 만든다. 그게 다다.
근데... 하루가 모자란다.
진심으로 회사 다닐 때보다 일이 많은 느낌이다.
매일 제안서를 3-4개씩 써야하는 기분이라고 하면 조금 비슷할까?
'아니 그래서, 뭘 하냐고요?'
아! 네네 너무 애매했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요즘은 영상 작업이 주를 이룬다.
처음엔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는게 주 일이었다.
생활 속 경험을 리뷰로 글을 발행했고, 그걸 기반으로 체험단이나 협찬을 받았다.
그 글들이 쌓이니 광고 승인도 났고, 돈에 조금 가까워졌다. (돈이 많이 되진 않는다..ㅋ)
그때 느꼈다.
“아싸 네이버 퀘스트 하나 깼다!”
다음 문은 구글이었다.
구글의 딸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애드센스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진짜 게임처럼, 다음 퀘스트의 목표를 정하고
농작물 키우고, 작은 악당과 싸우며 금화를 모으듯 차곡차곡 입꾹닫하고 해냈다.
구글은 두가지 선택권을 준다.
글과 영상.
블로그 애드센스와 유튜브 애드센스 두가지 계좌를 두고 나에게 선택하라고 한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둘 다 하기로 했다. 난 구글의 딸이니까.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새로운 퀘스트는 계속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틱톡, 스레드, 크몽, 브런치, 쿠팡… 뭔 플랫폼이 이렇게 많아......ㅜㅠ
하루 24시간이 진짜 모자르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은 매일 생기는데,
업무 효율은 플랫폼 갈아탈 때마다 낮아졌다.
그래서 자동화 공부를 시작했다. 이마저도 공부할 시간이 없어 너무 느리다.
일은 점점 확산되기만 한다.
혼자하고 있으니 말려줄 사람도 없다.
그저 내가 찾은 길과 순서를 '이 순서가 맞나?' 라는 의문을 계속 질문하면서 하루하루 나갈 뿐
조금 외롭고 고독했다. 동료가 없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새삼 알게됐다.
AI와 키보드로만 대화하고 소리내서 말하지 않으니 뭔가 생기를 잃어가는 느낌이랄까?
사람이랑 소리내서 웃고 떠드는걸 잃어버리는 기분이다.
하루종일 일했는데 영상 하나밖에 못만들고 끝나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런 날은 일이 마음에 '채무'처럼 남는다.
내일은 꼭 다 해내야지....하지만 그런 날은 드물다.
생각는대로 업무범위를 좀 크게 잡는 나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급한 일, 오늘만은 꼭 하자 한 것만 겨우 쳐낸다.
…근데 이거, 회사 다닐 때 미친듯이 업무 쳐내던 거랑 똑같은데?
디지털노마드는 무슨.. 다시 어딘가 출근해야하나?
그래도 어쩌랴 해 보겠다고 맘먹고 1년 살이 중인데!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저 많은 플랫폼 중 하나에서는 물을 뽑아낼 우물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아무것도 안된거 같았지만,
돌아보면 플랫폼마다 기지는 세워놓았다.
전쟁같은 이곳에서 나 혼자 꽤 잘 싸웠다.
꾸역꾸역 내 땅이라고 깃발은 꽂았다.
구글의 딸... 발가락은 만들어진것 같다.
매일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 생활,
어느새 익숙해진 듯하지만… 사실 아직도 낯설다.
적응한 듯 매일이 다른 이 생활이 아직 적응 안된거 같다.
김승호 회장님의 [사장학개론]에서 '사장의 하루는 매번 다르기에 매일 새로운 용기를 내야한다'했는데,
딱 그마음이다. 매일 현실과 마주하고 해결해나갈 용기가 필요하다.
멘탈의 루틴이 없으니 일상이라도 루틴을 잡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왜 회사가 9-6를 고집하는지, 이제야 알 것도 같다.
....되게 힘든것처럼 썼지만, 맞다 힘들다.
그런데 재밌다.
성장해가는 느낌,
누가뭐래도 '내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
이게 매일 하루살이 같은 나에게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고
다음 달을 기다리게 만든다.
올해 목표는 그거였다.
상반기에 성과를 빨리 내서 가을에
모두의 로망인 디지털 노마드를 스페인에서 해보는 것.
노트북 하나 들고, 스페인 한 달 살기!
사실 지금 자신은 없다...ㅋ 벌써 상반기가 끝이라니...
근데 또 모른다.
다음달은 내가 또 어떤 성과를 내게 될지.
이 바닥이 그렇다.
상반기 동안 그걸 배웠다.
(성과 이야기는 조만간 풀어볼게요.)
희망고문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노력의 결실을 맛본 사람은 쉽게 포기할 수 없지.
내가 나에게 준 시간은 1년.
아직 반년이나 남았다.
난 도박같은 한탕을 바라는게 아니다.
지금처럼 힘들어도 꾹 참고,
낮고 꾸준하게 포복 전진하는 이 여정이
내 실력이 되어 언젠가 반전을 만들 거라고 믿는다.
당장 올해 스페인 디노마는 어려울 지언정, 내가 하고만다 그거!!!!
어느새 혼자 각오를 다지는 이상한 흐름이 되었지만
아무튼 디지털 노마드...
마냥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다. 그래도 재밌다.
저는 이런 디지털노마드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 디지털노마드를 꿈꾸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