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안이라는 친구와 동거 중입니다.

나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일까?


회사 다닐 땐 커리어가 걱정이었고.
신입 시절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일을 잘할 수 있지?'가 고민이었고,
경력이 쌓일수록 '어떻게 더 올라갈까'가 문제였다.


그래서 대학원도 다녔고, 자격증도 땄다.
남들보다 성실하게, 책임감 있게 일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땐 두려움도 있었지만, 실력으로 해내려 애썼다.
'불안정'을 '안정'으로 바꾸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노력해 왔다.


그런 내가 지금,

30대 후반에 갑자기

불나방마냥 불확실함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직장을 다닐때는 느낄수 없는 또다른 불안이 나를 찾아왔다.


"지금 당장 수익이 백만 원도 나지 않으면 어쩌지?"
"이 선택이 과연 맞는 걸까?"
"언제쯤 유의미한 수익이 날까?"
"지금 이 선택이, 내 커리어를 완전 망치는 일은 아닐까?"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늘 불안을 데리고 살아왔다는 걸.



그래서 나는 안전한 방법으로 테스트를 시작했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와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고

주말에 출근을 하듯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것이 나의 불나방이 되기 전

불태워도 되는지에 대한 사전 답사 같은 일이었다.


출퇴근길, 잠자기 전, 누군가 기다릴때

항상 정보를 모았다.

온라인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디지털노마드 정보를 모으는 일은

쉬운듯 쉽지 않았다.


어디에 개론서가 정리되어있는것도 아니었고

섣불리 돈주고 수업을 듣기엔 그 어떤 보증도 되지 않으니까...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그 중 당장 할수 있다고 생각한 일을 하나 찾아서 시작했고

"진짜 할수 있을까?"라는 의문 속에서

큰 기대없이 하나 씩 "어? 돼네?"를 찾아가고 있다.


신기한건 큰 성과를 기대하다 그게 안될까 전전긍긍 불안해 하는것보다

"될까?"라는 불확실 속에서 작은 성공경험들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되는것 같다는 것이다.



한덕현 교수님의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에서는 새로운 것을 경험해야 할 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두렵고 무섭다고 말한다.

이건 불완전한 내가 정한 방법이 맞나?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죄의식이 불안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그래. 난 인간이다. 아주아주 인간적일 인간일 뿐이다.

그러니 불안한 게 너무 당연하잖아.

없앨 수 없는 걸 없애보겠다고 안간힘을 썼으니 얼마나 더 힘들었나 헛웃음이 났다.


내가 예민한 날엔 친구가 하는 별거 아닌 한마디가 상처가 되고 너무 화가 나듯이

맨날 옆에 있던 불안이 언제나처럼 했던 말이 유난히 못견디겠는 날이 있겠지.

그러든지 말든지 '응 그래' 하면서 내 갈길 가면 됐을 것을.


불안은 내가 더 나은 삶을 원한다는 증거이자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안불안했음 퇴근해서 부업도 안했겠지..ㅋ


그래서 노력해 보기로 했다. 이젠 불안과 싸우지 않기로.
(결심은 하지 못하겠다. 나도 모르게 싸우고 있는 날이 허다할 테니ㅋ)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처럼 대하던 불안을,
이젠 같은 집에 사는 친구로 받아들여보기로 조금은 맘을 고쳐먹어볼 뿐.


ChatGPT Image 2025년 6월 23일 오후 09_59_12.png


keyword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