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의 교점 # 91

by 청화

혼자였다. 문을 열고 나가자 포화에 휩싸인 듯 굉음이 사방에서 울렸다. 하늘은 어두웠고 비는 퍼부어 내렸다. 나는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단숨에 젖어갔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앞으로 걸었다. 난간 앞에 바짝 섰다. 세상의 어둠 속에서 드문드문 빛이 보였다. 빛이 빗방울 사이로 번져 흔들렸다. 신호등의 불빛이 깜박였다.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 기다림 끝에 다시 초록색.


수진은 부딪쳐 보지 않아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나는 몸소 확인해야만 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끝까지 판명할 일만이 남았다. 나를 대신하여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 내게 남은 유일한 일을 행해야만 했다. 더 이상 우회하고 싶지도, 스스로를 기만하고 싶지도, 여지를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라도 가장 빠르고 간단한 길로 들어서서 그 끝으로 내달려 몸을 부딪어야만 하는 순간을 예감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장대비를 뚫고 난간 위에 올라섰다. 몸을 우뚝 세웠다. 갑자기 거센 비바람이 불어닥치는 탓에 몸이 휘청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양 옆으로 들어 중심을 잡았다. 수평선 위에 바로 섰다. 바람이 점차 잦아들고 빗줄기는 다시 곧게 아래로 떨어졌다.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는 곳에 있지 않았다. 아무리 수많은 경계를 사이에 두어도 결국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사이에 수많은 선을 긋는다 해도 그 간격을 좁히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었다. 걷고 걸으면, 끝까지 걸으면 누구든 만날 수 있었다. 모든 길은 결국 모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한 곳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세상은 가로막은 적이 없었다. 있었던 것, 잊은 것, 잃은 것, 잃을 것까지 모두 우리가 만나는 곳에 있었다. 그녀가 찾아왔듯, 이제는 내가 찾아갈 순간이 마침내 도래한 것이었다.

나는 몸을 옆으로 돌려 차분히 경계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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