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의 교점 # 05

by 청화

토요일이었다. 긴 시간 동안 등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안심하며 일어났다. 가뜩이나 토요일 아침은 어머니가 요란스러운 식사와 묵상 없이 바로 교회로 가는 날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혼자였다. 나는 방에서 강의 필기 내용을 다시 읽었고, 복습을 했다. 공부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었고, 이왕 그렇게 된 김에 욕심을 내서 장학금을 받고 싶었다. 대학 입학금까지는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지만,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 그 부담을 덜고 싶었다.


필기 내용은 보면 볼수록 기이했다. 열린구간 0에서 1부터가 실수 전체와 일대일대응이 되기 때문에 사실은 같은 대상이라는 둥, 점 하나가 빠진 원도 실수 전체와 일대일대응이 되어 모두 같은 대상이라는 개념이었다. 각 대상에 적절한 함수를 찾아 사실은 서로가 같다고 말하려는 듯했다. 그러다가는 다루려는 모든 대상이 결국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대상처럼 보일지라도 그 사이에 적절한 다리만 놓아준다면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본질은 똑같은 대상을 찾을수록 실제로 이해해야 하는 대상은 줄어드는 셈이었다. 나는 그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일반론으로 귀결하려는 수학의 방식을 따라 필기를 읽어 내렸다. 이해하기 위해 무진 노력했다. 공부를 하다가 머리나 허리가 아프면 자주 긴 낮잠을 잤다. 지루할 때면 창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홀로 보내는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렀다.


점심때가 지나서 어머니가 집에 들어왔는데, 노크도 없이 방문을 벌컥 열었다.


나는 놀라 고개를 돌렸다. “노크 좀 하세요.”


“남자가 돼가지고 그런 거 하나하나에 신경 쓰면 못 써.” 나는 더 이상 말을 말기로 했다. 어머니의 손에는 기다랗고 검은 봉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건 뭐예요?”


“누가 멀쩡한 걸 앞에 버렸더라고. 엄마가 냉큼 가지고 왔지.”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뿌듯한 표정이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 그는 책상 위에 놓인 공책과 교재를 공허한 눈동자로 훑어보았다.


“그냥 하고 있어요.”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으면서 다녀야 돼.”


“알았어요.”


“학교에서 돈 주는 건 없지? 생활비 같은 거 말이야.”


“학교에서 생활비를 저한테 왜 줘요.”


“누구네 자식은 학교에서 그런 거 딱딱 받아온다고 하던데. 한 번 알아봐.”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아볼게요.”


“알아보고 엄마한테도 알려줘.”


나는 어머니를 노려봤다. “좀, 알았다니까요.”


“너는 무슨 말을 못해? 왜 툭하면 엄마한테 짜증을 내.”


“짜증 낸 거 아니에요.”


어머니는 심기가 불편한 듯 나를 매섭게 응시하다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나는 한숨을 몰래 쉬고, 문을 조용히 걸어 잠갔다. 다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배가 고팠다. 어머니가 씻는 사이에 거실로 나가 혼자서 빠르게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창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해는 완전히 졌고, 가로등은 불을 밝혔고, 건물 창문으로 하나둘 불빛이 들었다. 언덕 아래로 밝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붉은빛 십자가들이 어둠 속에서 드문드문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도 십자가는 많았다. 이토록 많은 교회가 실제로 필요한지 의심스러웠다. 어머니가 다녀오는 교회가 어디쯤 일지 가늠하다가 아무 소용없는 짓 같아 이내 포기하고는, 숨을 고르며 야경을 멀거니 눈에 담았다. 그 불빛에서 뒤늦게 벗어나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