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받으세요. 때로는 의지하세요. 아무런 도움이 필요없는 사람이 되지 마세요. 혼자 모든 걸 짊어지지 마세요.
"받을 땐 받아야 해. 호의를 거절하지 마"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그렇지 그렇지. 타인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거절하면 안 되지"
어, 네 그렇죠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신경 써 주는데, 성의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긴 해요.
하지만 제 말에 의미는 조금 다른 의미였습니다. 타인의 성의를 생각해서? 아니요. 저는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오직 나를 위해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군대를 제대 한 직후,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습니다. 저는 집 근처에 양식 레스토랑에서 일했어요. 홀 서빙으로 일했죠. 전 남들에게 피해 주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항상 하곤 했어요. 당연히 이런 가치관은 직장에서 더욱더 강하게 드러났죠.
전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혼자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치워야 할 그릇과 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어요.
보통 이렇게 빌빌거리면 누군가는 와서 말합니다.
"좀 도와줄까?"
직원들은 본인들의 일을 끝내고 뽈뽈거리는 저를 언제나 도와주려 했습니다.
전 직원들의 호의를 거절했어요. 그것도 매 번요. 앞서 말한 제 굳은 신념 때문이었죠. 괜히 남들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게 미안했고 그렇게 해야 하는 저 자신도 싫었습니다.
전 혼자 모든 걸 떠안았습니다. 일은 꽤 잘하는 편이었기에 어찌어찌 모든 일을 잘 처리하긴 했어요. 여기까진 괜찮았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았어요...
제가 언제나 모든 일을 혼자 처리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저를 덮치기도 했어요. 솔직히 이때는 신념이고 나발이고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랬어요. 누가 와서 도와줄까?라는 말을 건네주길 간절히 바랬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아무도 저를 돕지 않았어요. 전 화가 밀려왔습니다. 정말 짜증 났죠. 아니, 바빠죽겠는데 왜 아무도 안 도와주는 거야?
전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번만 도와주지 않았던 게 아니었어요. 제가 수차례 도움을 거절한 뒤부터 쭉 그랬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당연히' 저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직원들의 잘못일까요? 아니요. 전혀요. 직원들은 제가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제가 매번 "에이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 됐어요 됐어요"라는 말을 했으니까요. 언제나 혼자서 일을 처리했으니까요. 직원들은 '이번에도 알아서 잘 해내겠지', '도와준다고 하면 또 거절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물론 제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요.
호의를 계속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요?
정작 필요할 때 도움받지 못합니다.
내가 진짜 받고 싶을 때 받지 못해요.
제 경험에서 보았듯이 단순히 일터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나 이런 일이 일어나요.
일상에서 선물을 받거나 사소한 배려를 받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만약 매번 선물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엔 계속 무언갈 챙겨주려 하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챙겨주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챙겨줘도 거절할 거라는 걸 아니까요. 타인의 사소한 배려도 계속 거절하면 나중엔 배려해주지 않습니다.
배려해 주기 싫어서가 아니죠. 매번 거절하니, 더 이상 배려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받을 땐 받아야 합니다. 타인의 성의를 생각해서? 아니요. 나 자신을 위해서 받아야 해요. 물론 타인의 호의가 부담스럽다면 거절해도 됩니다. 수백만 원짜리 선물이나, 하지 않아도 될 배려는 부담스럽잖아요? 이런 호의는 거절해도 돼요. 하지만 굳이, 거절할 필요 없는 사소한 배려까지 거절하진 마세요. 받아도 됩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조금 뻔뻔해져도 됩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우리도 다음에 배려해 주면 되잖아요? 그래야 다음에도 나를 생각합니다. 그래야 내가 진짜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