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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는 수학이 아니다.

사주팔자. 8년 공부해 보니 깨달은 사실.

by 김현


사주팔자는 믿을 만하다. 길거리에 널린 자칭 명리학자들을 믿지 못해 8년 동안 스스로 공부해 본 결론이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사주팔자를 정답이 정해진 수학으로 생각하지 않야 한다.










"사주... 진짜 믿을 만 해?"




사주를 맹신하는 사람. 믿는 사람. 참고하는 사람. 미신이라며 1도 안 믿는 사람. 사주팔자를 둘러싸고 많은 사람이 생각을 달리 한다. 내 주위는 사주를 믿는 쪽이 더 많은 것 같다. 난 사주팔자를 8년 동안 공부했다. 돗자리를 필 생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다. 그냥 좋아서 했다. 재밌어서 하다 보니 어느새 8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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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8년 동안 공부하면서 느낀 게 있다.

사주는 내 앞 날을 '정확히' 예측할 수 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 앞 날을 '정확히' 예측하길 바란다.



"저 언제 남자 친구 생겨요?"

" 저 언제 결혼해요?"

"저 언제 취직해요?"

"저 언제 돈 많이 벌어요?"

" 저 언제 죽어요?ㅜㅜ"





언제 언제 언제 언제 언제 언제............


사주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알려주지 못한다. 사주는 내가 회사에서 언제 잘리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내가 여자 친구에게 언제 차이는지도 모르고 내 친구가 내 돈을 언제 갚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내가 투자한 종목이 내년에 오를지 내가 산 땅이 언제 개발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정확한 시기를 묻는다. 정확한 시기를 모르면 사기꾼이라고 욕한다. 이건 우리들의 탓이 아니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정확히 알려주려 하는 명리 학자들이 문제다.





그렇다면 사주는 무엇을 알려주는가? 흐름이다. 사주는 내 인생의 흐름을 알려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봄이 오면 여이 오는 걸 안다. 여름이 오면 몇 달 뒤 낙엽이 지고 또 몇 달 뒤 눈이 오는 걸 안다. 사주 그렇다. 사주는 계절의 흐름다. 쉽게 말해서 내 사주팔자 원국(생년월일시를 바탕으로 한 만세력)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것이다. 런 기운의 변화를 바탕으로 내 인생이 어떤 흐름으로 향할지 추측하는 것이 사주팔자의 해석이다.





여기서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뭘까? 계절이다. 사건이 아니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는 걸 안다. 하지만 봄이 왔다고 해서 무조건 산불이 나나? 봄철에 산불이 날 수도 있지만 산불이 안 날 수도 있다. 단지 봄이니까 산불이 날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몇몇 사람은 어느 시기에 무조건 산불이 난다고 우긴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건 흐름. 즉 봄이 왔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여자 기운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여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어떤 기운이 여자라는 물리적 실체로 표상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드시 여자인 것은 아니다. 마치 복주머니 속에 사탕도 있고 과자도 있고 껌도 있는 것과 같다. 여자는 복주머니 속에 든 사탕이다. 누구는 사탕이 나오지만 누구는 과자가 나올 수도 있다. 누구는 껌이 나오고 또 누구는 사탕과 껌이 같이 나올 수도 있다.




사주는 크게 봐서 당신이 지금 어떤 흐름에 놓여있는지 알려준다. 쉽게 말하자면 당신이 돈을 잘 버는 흐름에 놓여있는지, 주위에 남자가 깔려 있는 흐름에 놓여있는지 아니면 인생이 구렁텅이로 처박히는 흐름에 놓여있는지 알려준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정확한 년 월 일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오직 흐름만 알려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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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는 믿을만 하다. 단 사주를 맞추기 게임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내가 정확히 언제 결혼할지 궁금한가? 그럼 그냥 점집을 가자. 사주는 당신이 언제 1억을 모을지 언제 교통사고를 당할지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사주를 흐름으로 이해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유용한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난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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