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망할 놈
퇴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고작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불안이라는 망할 놈은 벌써부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퇴사하기 한 두 달 전이었나? 브런치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퇴사는 행복과 불안이 공존하는 단어다.' 그때 난 예상했다. 불안이 곧 행복을 집어삼킬 거라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아니, 불안이라는 놈은 생각보다 더 무서웠다.
퇴사하는 그 순간은 행복하다. 그렇지. 그땐 좋았지. 난 매일 저녁 다음날을 걱정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억지로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하루 종일 널브러져 있어도 누구도 나에게 잔소리하지 않았다. 난 매일이 오늘 같길 바랐다. 더 이상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내일도 오늘이고 모레도 오늘이고. 한 달이 지나도 아무 걱정 없는 오늘이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은 매정했다.
나같이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들은 그렇다. 쉬어도 쉬는 기분이 안 든다. 넷플릭스를 보며 쿰척거리는 순간에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하... 다시 일해야 하는데...'
아직 여유가 충분해도 굳이 굳이 걱정을 사서 한다. 자기 스스로 지옥을 만든다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데, 내가 딱 그런 케이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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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머리만 대면 바로 자는 사람이 부럽다. 잡생각 없는 사람도 부럽다. 어떻게 내일 걱정 모레 걱정 안 할 수 있지? 앞으로 다가올 문제를 잊고 어떻게 오늘 하루만 바라보며 살 수 있지? 난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 그건 타고나는 것 같다.
시간은 흐른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순식간에. 이제 대책을 세워야지. 아니. 아니야. 그러지 말자. 여유를 가지자. 생각을 비우자. 잘 안 되겠지. 불안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겠지. 그래도. 그래도 해보자. 조금만 조금만 더 그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