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의 호소
HPV바이러스, 가다실, 성관계, 파트너, 원추절제술, 자궁경부암
" 아 환자분 몸이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셨어요..
미혼이시죠?
진행이 너무 많이 됐네요.. 3기라서 바로 원추 절제술 하셔야 해요..
추석연휴라서, 최대한 빨리 수술 스케줄 잡아드릴게요. "
오잉? 뭐가 3기라는 건가..?
그때는 몰랐다.. 근데 느낌은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심각하고 결과가 안 좋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나는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다.
하루에 8시간 근무하면서, 200명 가까이 되는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보람되고 뿌듯한 날도 있지만,
지치고 힘든 날들이 훨씬 많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내 성격은 더 불같고 사나워진 건 맞다. 직장 생활의 때가 묻은 것일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아닌 것에 승복하지 못하며, 가끔 진상들이 와서 우리 같은 여자직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모습을 보면 벌떡 일어나서 아닌 건 아니고 맞으면 맞다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해 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와는 반면에 눈물도 많고 정도 많고, 대인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는다.
이런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나를 견디려면 하루에 커피 10잔 이상은 마셔줘야 숨이 쉬어진다.
자연스레, 불면증과 변비로 연결이 되며 스트레스와 짜증의 연속으로 말끝이 날카로워지기 일쑤였다.
큰 진단을 받기 한 달 전쯤 매너리즘도 오고 휴식도 가지고 싶었다. 몸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가만히 걷다가 현기증이 났으며, 몸이 붓고, 분비물의 양이 축축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겸사겸사 종합검진을 해보니, 의사 선생님은 소견서를 주시면서 당장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