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먼저 말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유독 취약한 부위가 하나씩 있다고 한다.
라식 수술을 한 우리 엄마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가장 먼저 ‘눈’이 공격을 받는다.
나는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알았다.
내 몸에서 가장 약한 곳은 ‘자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눈에 보이는 곳은 부지런히 가꾼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몸을 지탱하는 내부 기관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방치된다.
몸이 내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설마…” 하며 넘겨버린다.
내게 처음 왔던 신호는 ‘질염’이었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처럼 흔한 질환이다.
염증이 생겨 외음부가 가려워지는데, 나는 스트레스를 받기만 해도 심하게 가려웠다.
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6개월 전에는 잠을 못 잘 정도로 가렵고, 긁다 피가 날 정도로 심각했다.
20대엔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견딜 수 없을 때서야 병원에 갔고,
의사 선생님은 늘 “어떻게 이걸 참고 있었나요…?”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질염이 반복될 때 보통 병원에서 권하는 검사가 있다.
바로 STD 12종 검사.
내가 자주 걸리던 질염은 ‘가드넬라균’과 ‘칸디다균’이었다.
가드넬라균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쉽게 증식해 염증을 일으킨다.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균이 줄어들면 균형이 무너지고, 회색 또는 노란 분비물, 비린내 같은 악취가 동반되는 세균성 질염이 된다. 가려움이나 통증, 성관계 시 불편감도 흔하다.
STD 검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내 질염이 스트레스와 면역 저하 때문인지,
아니면 성관계로 인한 감염인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아야 맞는 치료를 할 수 있으니까.
칸디다 질염도 마찬가지다.면역력이 약해지면 효모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극심한 가려움, 분비물, 따가움, 발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30대가 되고 나서야 몸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이제는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성인이고,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
그래서 이 글을 보는 20·30대 미혼 여성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픈 걸 숨기지 말라고. 참지 말고,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받으라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정말 든든하니까. 나는 오래도록 참아버렸다.
가려움과 통증을 방치한 시간이 너무 길어서 살이 벗겨져 피가 나고, 진물이 흐르고,
지금도 수영복을 마음 편히 입기 어려울 정도로 흉터가 남았다.
뒤늦게야 알았다. 몸이 그렇게 오래전부터 싸인(SOS)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지금 나는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하다.
정말,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