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요
1458년, 전라도. 봄.
들판이 있었다.
금강산을 내려온 뒤 시습은 남쪽으로 걸었다. 왜 남쪽인지 몰랐다. 북쪽이 아니라 남쪽인 이유가 없었다. 그냥 남쪽이었다. 발이 남쪽을 향했다. 발이 아는 것이 있었다. 머리가 모르는 것을 발이 알 때가 있었다.
전라도였다.
처음 오는 곳이었다. 처음 오는 곳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새롭다는 것은 — 눈이 더 크게 열린다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은 보지 않는다. 낯선 것은 본다. 그러므로 낯선 곳에서 더 많이 보인다.
논이 있었다. 들판이 있었다.
한양에도 논이 있었다. 그러나 한양의 논과 달랐다. 전라도의 들판은 — 넓었다. 끝이 없는 것처럼 넓었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늘과 들판이 만나는 곳이 수평선처럼 보였다.
이렇게 넓은 땅이 있었는가.
시습은 걸음을 멈췄다.
들판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한양에서는 집들이 시야를 막았다. 궁궐이 막았다. 담장이 막았다. 막힌 곳에서는 멀리 보지 못한다. 멀리 보지 못하면 — 가까운 것만 생각한다. 가까운 것만 생각하면 — 작아진다. 이 들판은 막힌 것이 없다. 막힌 것이 없으면 — 멀리 본다. 멀리 보면 — 커진다.
바람이 불었다.
들판이 흔들렸다. 초록빛이 흔들렸다. 파도처럼 흔들렸다. 바다를 본 적이 있었다. 바다가 흔들리는 것과 들판이 흔들리는 것이 비슷했다. 물도 흔들리고 풀도 흔들렸다. 흔들리는 것들이 있었다. 흔들려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들판에 사람들이 있었다. 농부들이었다.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다. 손이 땅에 가까이 있었다. 무엇을 하는지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밭을 매고 있었다. 풀을 뽑고 있었다. 땅을 돌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오래 저렇게 있었을 것이다. 오늘만이 아니다. 어제도 저랬을 것이다. 내일도 저럴 것이다. 매일 허리를 구부리고 손이 땅에 닿는다. 그것이 저 사람들의 길이다. 매일 같은 것을 하는 것이 길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 강이 매일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강의 길인 것처럼.
시습은 걷기 시작했다.
농부들 쪽으로.
가까이 가자 냄새가 났다.
흙 냄새였다. 처음 맡는 냄새가 아니었다. 마당에서, 길에서, 산에서 흙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뒤집힌 흙의 냄새였다. 안쪽 흙의 냄새였다. 오래 덮여있다가 처음 공기를 만난 흙의 냄새였다.
처음 공기를 만난 흙은 다른 냄새가 난다. 오래 숨어있다가 나오는 것들은 — 강한 냄새가 난다. 억눌려있던 것이 나오면 강하다. 사람도 그런가. 오래 억눌려있다가 나오는 것들이 강한가.
농부가 하나 고개를 들었다.
시습을 보았다.
낯선 사람이었다. 머리카락이 풀려있었다. 한복이 낡았다. 맨발이었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농부는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보았다.
"어디서 왔소?"
시습이 대답했다.
"북쪽에서 왔습니다."
"어디로 가오?"
"모릅니다."
농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농부가 다시 허리를 구부렸다.
시습은 그 옆에 섰다.
오래 서있었다.
농부가 하는 것을 보았다. 손으로 풀을 잡았다. 뿌리째 뽑았다. 옆으로 던졌다. 다음 풀로 갔다. 또 뽑았다. 또 던졌다. 반복이었다. 끝없는 반복이었다. 그러나 농부는 지루해하지 않았다. 지루함이 없는 것인지 지루함을 잊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저 반복이 지루한가. 아니다. 강물이 매일 흐르는 것이 지루하지 않은 것처럼. 풀벌레가 매일 우는 것이 지루하지 않은 것처럼. 반복이 지루한 것이 아니다. 반복을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루한 것이다.
배가 고팠다.
어제부터 먹지 못했다. 아니 그제부터였다. 사흘이었다. 사흘을 먹지 못했다.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면서 걸었다. 배가 고프다고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더 배가 고팠다. 걸으면 잊혔다. 완전히 잊히지는 않았지만 조금 잊혔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몸이 말하는 것이다. 몸이 말한다.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가. 오래는 무시할 수 없다. 몸이 먼저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다. 몸이 있어야 생각을 한다. 몸이 없으면 생각도 없다.
농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습을 보았다.
한참을 보더니 말했다.
"선비 양반이 왜 거기 서있소?"
시습이 생각했다.
왜 서있는가. 이유가 있는가. 이유가 있다. 그러나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말하기 어려운 것은 — 단순하게 말해야 한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진짜인 경우가 있다.
"선비 양반이 왜 밭을 매오?"
농부가 먼저 물었다.
시습이 대답했다.
"배고파서요."
농부가 시습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는 것 같았다. 참다가 결국 웃었다. 소리 내어 웃었다. 크게 웃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웃음이었다. 배에서 올라오는 웃음이었다.
"그거 솔직하네."
그러더니 손짓을 했다.
"오시오."
시습은 갔다.
농부 옆에 앉았다. 농부처럼 허리를 구부렸다. 농부가 하는 것을 보면서 따라 했다. 풀을 잡았다. 뽑았다. 던졌다. 다음 풀로 갔다.
처음에는 잘 안 됐다.
뿌리가 깊다. 위에서 잡아당기면 줄기만 끊긴다. 뿌리가 남는다. 뿌리가 남으면 다시 자란다. 뿌리째 뽑아야 한다. 뿌리째 뽑으려면 — 깊이 잡아야 한다. 표면이 아니라 깊이. 표면만 보면 뿌리를 못 잡는다.
농부가 보다가 말했다.
"손을 더 낮춰요. 땅 가까이."
시습은 손을 낮췄다.
땅에 가까이 댔다. 흙이 손에 닿았다. 차가웠다. 봄 흙이었다. 봄이 왔지만 흙 안은 아직 겨울이었다. 겉은 따뜻하고 안은 차가운 것이 있었다.
땅 안은 아직 겨울이다. 땅 밖은 봄이다. 겉과 안이 다르다. 사람도 그런가. 겉은 봄인데 안은 겨울인 사람이 있는가. 있다. 임금의 눈이 그랬다. 웃는 얼굴인데 눈은 슬펐다. 겉이 봄이었고 안이 겨울이었다.
뿌리가 잡혔다.
뽑았다. 흙이 뿌리에 붙어서 올라왔다. 뿌리가 긴 것도 있었다. 뿌리가 깊을수록 오래 살았다는 것이었다. 오래 살았으면 뽑히기 싫을 것이었다.
뽑히기 싫다. 그러나 뽑힌다. 오래 살았어도 뽑힌다. 뽑힌 풀은 어떻게 되는가. 마른다. 마르면 땅으로 돌아간다. 땅으로 돌아가면 다시 흙이 된다. 흙이 되면 다른 것을 키운다. 뽑혔어도 끝이 아니다.
해가 기울었다.
오래 밭을 맸다. 얼마나 됐는지 몰랐다. 해를 보니 오후가 됐다. 오전에 시작했으니 한나절을 맨 것이었다.
허리가 아팠다.
허리가 아프다. 이렇게 아픈 것인가. 한나절인데 이렇게 아프다. 저 농부는 매일 한다. 매일 이 아픔을 겪는다. 아픔이 익숙해지는가.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아픔이 줄어드는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 아픔과 함께 살 수 있게 된다. 아픔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 아픔 옆에서 일하는 것이다.
손이 아팠다.
손바닥에 물집이 생겼다. 붓이 잡히는 손이었다. 붓은 가벼웠다. 풀뿌리는 무거웠다. 가벼운 것을 잡던 손이 무거운 것을 잡으면 — 다른 곳이 아팠다.
붓을 잡는 것과 풀뿌리를 잡는 것은 다르다. 같은 잡는 것인데 다르다. 저항이 다르다. 붓은 저항하지 않는다. 풀뿌리는 저항한다. 저항하는 것을 잡으면 힘이 더 든다. 힘이 더 드는 만큼 — 무언가가 더 생긴다. 몸이 생긴다. 손이 거칠어진다. 허리가 강해진다.
농부가 일어섰다.
"됐소. 오늘은 이만 하요."
시습도 일어섰다.
허리를 펴는데 소리가 났다. 뚝, 하는 소리였다. 농부가 그것을 듣고 웃었다.
"선비 양반 허리 소리가 나네."
시습이 말했다.
"허리가 처음 이렇게 일했습니다."
농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이 제일 아프요. 내일도 하면 조금 덜 아프오."
첫날이 제일 아프다.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 몸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몸이 배우는 것이다. 머리가 배우기 전에 몸이 먼저 배운다.
집이 있었다.
작은 집이었다. 초가집이었다. 마당이 있었다. 닭이 있었다. 개가 있었다. 장독대가 있었다.
농부의 아내가 나왔다.
시습을 보았다. 한 번 보았다. 농부를 보았다. 농부가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아내는 알았다. 저 사람을 데려온 것이구나, 하는 눈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저녁이 됐다.
부엌에서 소리가 났다. 도마 소리가 났다. 물 끓는 소리가 났다. 냄새가 났다. 된장 냄새였다. 곡식 익는 냄새였다.
냄새가 난다. 사흘을 굶었다. 그런데 지금 냄새가 난다. 몸이 반응한다. 배에서 소리가 난다. 몸이 솔직하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소리가 나고 밥 냄새를 맡으면 침이 고인다. 몸은 언제나 솔직하다.
농부의 아내가 밥을 가져왔다.
작은 상이었다.
잡곡밥이 있었다. 된장국이 있었다. 소금에 절인 나물이 있었다.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 있었다.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시습은 그 밥 앞에 앉았다.
먹지 않았다.
오래 앉아 있었다.
이 밥이 무엇인가. 조와 보리가 섞인 밥이다. 어디서 왔는가. 저 들판에서 왔다. 저 들판에서 농부가 심고 키우고 거두었다. 농부의 손이 만든 것이다. 허리를 구부려서 만든 것이다. 물집이 생긴 손으로 만든 것이다. 그 밥이 지금 내 앞에 있다.
나는 오늘 그 손을 조금 알았다. 한나절을 맸다. 허리가 아팠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 그 고통이 이 밥 한 그릇 안에 있다. 이 밥 한 그릇 안에 누군가의 허리 아픔이 있다. 누군가의 물집이 있다. 누군가의 땀이 있다.
그것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이 다른가.
다르다. 알고 먹으면 — 다르게 먹힌다.
농부의 아내가 물었다.
"왜 안 드세요?"
시습이 대답했다.
"잠깐 보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밥을 보는 사람을 처음 본 것 같은 눈이었다. 그러나 뭐라 하지 않았다.
시습은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떴다.
입에 넣었다.
구수하다.
잡곡이 구수했다. 된장국이 깊었다. 절인 나물이 짰다. 각각 달랐다. 각각 있었다. 각각 자기 맛이 있었다.
이 맛들이 어디서 왔는가. 땅에서 왔다. 물에서 왔다. 햇빛에서 왔다. 농부의 손에서 왔다. 모든 것이 모여서 이 맛이 됐다. 하나가 아니다. 여럿이 모인 것이다. 여럿이 모인 것이 하나가 된 것이다. 그것이 밥이다.
밥을 다 먹었다.
상을 내려놓았다.
배가 찼다. 배가 차다는 것이 이렇게 무거운 것인지 몰랐다. 사흘을 굶으니 배가 차는 것이 무거웠다. 좋은 무거움이었다. 채워져서 무거운 것이었다.
채워져서 무거운 것이 있다. 비워져서 가벼운 것이 있다. 둘 다 필요하다. 비어있을 때가 있고 채워질 때가 있다. 강물이 가득 찰 때가 있고 낮을 때가 있는 것처럼.
농부가 마당으로 나왔다.
"어디서 자겠소?"
시습이 대답했다.
"마당에서도 괜찮습니다."
농부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광 옆에 짚이 있소. 거기서 자시오. 봄이지만 밤은 춥소. 짚 속에 들어가면 괜찮을 거요."
광 옆 짚더미. 이것이 오늘 내 자리다. 온돌 아랫목이 아니다. 사랑방이 아니다. 짚더미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충분하다. 짚이 있다. 지붕이 있다. 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있다. 어제는 들판에 누웠다. 오늘은 짚더미에 눕는다. 어제보다 낫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짚더미로 갔다.
짚 냄새가 났다. 흙 냄새와 비슷했다. 땅의 냄새였다. 마른 것들의 냄새였다. 한때 살아있던 것들이 마른 냄새였다.
한때 살아있던 것들이 마르면 — 다른 것을 덮어준다. 살아있을 때와 다른 방식으로 쓰이는 것이다. 죽었다고 끝이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짚 속에 들어갔다.
따뜻했다.
따뜻하다. 짚이 따뜻하다. 온돌 아랫목의 따뜻함과 다르다. 온돌은 불을 때야 따뜻하다. 짚은 그냥 따뜻하다. 스스로 따뜻한 것이 있다. 불이 없어도 따뜻한 것이 있다.
나는 지금 스스로 따뜻한가. 아니면 불이 필요한가. 모른다. 지금 당장은 — 이 짚이 따뜻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늘이 보였다.
광 처마 너머로 별이 보였다. 어젯밤 들판에서 보던 별보다 적었다. 처마가 가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있었다. 가려져도 있는 것이 있었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개구리 소리였다. 봄 밤이었다. 논에서 개구리가 울었다. 많이 울었다. 제각각 울었다. 하나가 울면 다른 것이 울었다. 멈추지 않았다.
저 개구리들은 왜 우는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소리를 낸다. 오늘 나는 살아있었다. 밭을 맸다. 허리가 아팠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 밥을 먹었다. 배가 찼다. 짚더미에 누웠다. 이 모든 것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배고파서요.
그 말이 다시 들렸다.
배고파서 밭을 맸다. 가장 단순한 이유였다. 가장 솔직한 이유였다. 배고프다는 것을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이 —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선비는 배고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선비답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고프면 배고픈 것이다.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이 — 가장 선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선비니까.
잠이 들었다.
개구리 소리가 계속됐다.
봄밤이 깊어졌다.
아침이 됐다.
새소리가 들렸다.
시습은 눈을 떴다.
처마 너머 하늘이 보였다. 어제와 같은 하늘이었다. 그러나 다르게 보였다. 어젯밤에는 별이 보였다. 아침에는 빛이 보였다. 같은 하늘인데 시간에 따라 달랐다.
같은 것인데 다르게 보이는 것이 있다. 빛이 달라지면 달라 보인다. 내가 달라지면 달라 보인다. 그렇다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일어났다.
허리가 아팠다. 어제보다 더 아팠다. 자고 나서 더 아픈 것이었다. 농부가 말했다. 첫날이 제일 아프다고. 자고 나면 더 뻣뻣해진다고. 맞았다.
마당으로 나갔다.
농부가 있었다. 이미 일어나 있었다. 농기구를 손보고 있었다.
시습이 말했다.
"오늘도 함께 하겠습니다."
농부가 고개를 들었다.
"배고파서요?"
시습이 웃었다.
"배고파서요."
농부가 웃었다.
둘이 들판으로 나갔다.
아침 들판이었다. 이슬이 내려앉아 있었다. 풀잎에 이슬이 맺혔다. 걸으면 이슬이 발에 닿았다. 차가웠다.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허리가 아플 것이다. 손에 물집이 더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저녁에 밥을 먹을 것이다. 그 밥이 어제의 것보다 조금 더 — 내 손으로 함께 만든 것이 될 것이다. 내 허리로 함께 만든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이 다르다. 그것이 노동이다. 몸으로 만드는 것이다. 머리로 만드는 것과 다른 것이다. 어느 것이 더 나은가. 모른다. 그러나 둘 다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안다. 머리만 있으면 허리가 아프지 않다. 몸만 있으면 이름이 없다. 둘 다 있어야 — 온전하다.
들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습은 허리를 구부렸다.
손이 땅에 닿았다.
흙이 차가웠다.
그것이 좋았다.
— 14화로 이어집니다 —
다음 화 예고: "돈이 없었다. 주막 앞에 서서 오래 있었다. 그리고 붓을 빌렸다. 시 한 수를 써서 주인에게 줬다. 주인이 읽었다. 한참 읽었다. 그리고 묵묵히 밥을 차려줬다. '글이 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