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밀정의 추적

참 이상한 놈이네

by 카미노

1457년, 금강산 아래. 여름.


발소리가 들렸다.


처음 들은 것은 사흘 전이었다. 금강산을 내려오면서였다. 산길이었다. 새소리가 있었다. 바람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들 사이에 — 다른 소리가 있었다.


발소리였다.


사람의 발소리였다. 그러나 보통 발소리가 아니었다. 들리지 않으려는 발소리였다. 들리지 않으려 하면 — 오히려 들린다. 자연스러운 소리는 자연 속에 섞인다. 자연스럽지 않은 소리는 — 튀어나온다.


뒤에 사람이 있다.


시습은 그것을 알았다. 알면서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 자신이 안다는 것을 상대가 안다. 상대가 알면 숨는다. 숨으면 더 불편하다. 모른 척하면 — 상대도 모른 척하는 채로 따라온다. 그것이 더 편했다.


왜 왔는가. 세조 측에서 보낸 사람이다. 한명회가 거절당한 뒤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다. 직접 오는 것이 안 되면 — 지켜보는 것이다. 지켜보다가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내가 미친 척하는 것을 증명하려 하는가. 아니면 내가 정말 미쳤다는 것을 확인하려 하는가.


어느 쪽이든 — 상관없다.


시습은 걷기 시작했다.


걸었다.


빠르게 걷지 않았다. 느리게도 걷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걸어야 하는 속도로 걸었다. 발이 아는 속도가 있었다. 너무 빠르면 몸이 힘들다. 너무 느리면 마음이 지친다. 몸과 마음이 함께 갈 수 있는 속도가 있었다. 그 속도로 걸었다.


뒤의 발소리도 따라왔다.


같은 속도로 따라왔다. 시습이 빠르게 걸으면 빠르게 따라왔다. 시습이 느리게 걸으면 느리게 따라왔다. 간격이 일정했다. 너무 가까이 오지 않았다. 너무 멀어지지 않았다.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훈련된 사람이다. 그냥 따라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일을 오래 한 사람이다. 오래 한 사람이라면 — 지치는 데도 오래 걸릴 것이다.


마을이 있었다.


시습은 마을로 들어갔다. 저잣거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시습은 그 속으로 걸어갔다. 광인의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이 풀려있었다. 한복이 낡았다. 맨발이었다.


사람들이 피했다.


광인이니까.


광인을 피한다. 광인 옆에서 걷기 싫은 것이다. 그러나 뒤의 사람은 피하지 못한다. 나를 따라와야 하니까. 나를 따라오면 광인 뒤를 따라다니는 사람이 된다. 사람들이 그를 볼 것이다. 이상하게 볼 것이다. 광인보다 광인 뒤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더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시습은 멈추지 않았다.


저잣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뒤의 발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았다.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하면서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저 사람은 지금 힘들다. 자연스럽게 보이려 하면서 따라오는 것은 —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자연스럽게 하려면 힘이 든다. 힘이 드는 것은 언젠가 지친다.


이틀이 지났다.


시습은 계속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정하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산길을 걷다가 마을로 내려왔다가 다시 산길로 올라갔다. 강가를 걷다가 들판으로 나갔다가 다시 강가로 왔다.


방향이 없었다.


방향이 없는 것이 전략이다. 방향이 있으면 쫓는 사람이 앞을 예측할 수 있다. 방향이 없으면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따라가는 것은 — 마음을 지치게 한다. 몸이 지치는 것보다 마음이 지치는 것이 먼저 온다.


뒤의 발소리가 여전히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일정했다. 지금은 불규칙해졌다. 간격이 때로는 너무 멀어지고 때로는 너무 가까워졌다. 지친 것이다.


조금 더 걸으면 된다.


시습은 계속 걸었다.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시습은 강가에 앉았다.


밥을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얻은 밥이었다. 광인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불쌍해서 주는 사람도 있었다. 두려워서 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유는 달랐지만 주는 것은 같았다.


먹으면서 뒤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저 나무 뒤에 있다. 나무가 가리지만 발이 보인다. 나무 뒤에 서면 몸은 가려지는데 발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발을 보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 발이 피곤해 보인다. 발의 각도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반듯하게 서있었다. 지금은 기울어져 있다. 몸이 기울면 발이 기운다. 피곤하면 몸이 기운다.


밥을 다 먹었다.


강물을 보았다.


강물은 피곤하지 않은가. 피곤하지 않다. 왜 피곤하지 않은가.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물은 흐르는 것에 저항하지 않는다. 그냥 흐른다. 저항이 없으면 피곤하지 않다. 저항이 피곤함을 만든다.


저 사람은 저항하고 있다. 자신의 피곤함에 저항하고 있다. 지치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다. 저항하면 더 피곤해진다. 그것을 모른다. 아니면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임무가 있으니까. 임무가 있으면 멈출 수 없다. 임무가 피곤함보다 강한 동안은.


나흘째 아침이었다.


시습은 일어났다.


걷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뒤에서 따라왔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느렸다. 간격이 벌어졌다. 시습이 걷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저 사람은 지금 악순환 속에 있다. 빠져나오는 방법은 하나다.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멈추지 못한다. 임무가 있으니까.


시습은 자신의 속도로 걸었다.


빠르게 하지 않았다. 느리게 하지도 않았다. 그냥 걸었다.


서두르지 않는다. 도망가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내가 갈 곳으로 간다. 내가 갈 속도로 간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이 가장 강한 것이다.


점심 무렵이었다.


발소리가 멈췄다.


시습은 느꼈다. 멈춘 것을 알았다. 있던 것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는 무게가 사라졌다.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걸었다.


잠시 후였다.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참 이상한 놈이네."


혼잣말이었다. 크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들렸다.


시습은 웃었다.


소리 없이 웃었다. 입술만 움직였다.


맞다. 이상한 놈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말이 왔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안에서 말했다.


이상한 놈이다. 도망가지 않는다. 숨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방향도 없이 걷는다. 피곤하지도 않은 것처럼 걷는다. 쫓는 사람이 지치는데 쫓기는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이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 그것이 나다.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저녁이었다.


시습은 들판 가에 앉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이 붉었다.


밀정을 생각했다.


저 사람은 지금 한양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고를 할 것이다. 무엇이라고 보고하는가. 진짜로 미친 것 같다고 할 것이다. 도망가지도 않고 숨지도 않고 그냥 걸어다니는데 — 방향도 없고 목적도 없는 것 같은데 — 피곤해하지도 않는데 — 그것이 미친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할 것이다.


좋다. 미친 놈으로 남겠다. 미친 놈으로 걷겠다. 미친 놈으로 보이는 것이 — 자유다.


풀벌레 소리가 났다.


여름 저녁이었다. 밤새 울 것이었다.


저 풀벌레들은 왜 우는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소리를 낸다. 나는 지금 소리를 내고 있는가. 발소리가 있다. 숨소리가 있다. 살아있다.




밀정이 걷고 있었다.


한양 쪽으로 걷고 있었다. 빠르게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상한 놈이다. 진짜로 이상한 놈이다. 나흘을 따라다녔는데 — 저 놈은 한 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 번도 빠르게 도망가지 않았다. 한 번도 숨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방향도 없이 걸었다. 목적도 없이 걸었다.

저것이 광인인가. 광인이 맞다. 광인이 아니면 저렇게 할 수 없다.


그러나.


강가에서 밥을 먹을 때 — 나를 보지 않았는데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나무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 같았다. 광인이 그런 것을 알 수 있는가.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다.


한양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보고해야 했다. 무엇이라고 보고할 것인가. 생각할수록 하나의 말로 모였다.

진짜로 미친 것 같습니다.


성문을 들어섰다.


곧바로 한명회를 찾아갔다. 한명회는 기다리고 있었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어떻더냐?"


밀정이 말했다.


"나흘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래서?"


"진짜로 미친 것 같습니다."


한명회가 눈썹을 움직였다.


"미친 것이 확실하냐?"


밀정이 잠깐 멈췄다.


확실한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확실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시 가고 싶지 않다. 나흘이 너무 힘들었다. 미친 놈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내가 미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확실합니다."


한명회가 잠시 생각했다.


"진짜로 미쳤다면 — 두려울 것이 없겠지."


"예."


"두려울 것이 없으면 — 건드려봐야 소용없다."


"예."


한명회가 손을 저었다.


"됐다. 그냥 두어라."


밀정이 물러났다.


방 밖으로 나오면서 생각했다.


진짜로 미친 것인가. 아닌 것인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안다. 저 놈은 이상한 놈이다. 미쳤든 안 미쳤든 — 참 이상한 놈이다.




시습은 별을 보았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변하는 것들 사이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쓰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 느끼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 걷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변하지 않는 나다.


눈을 감았다.


참 이상한 놈이네.


그 말이 다시 들렸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상한 놈이다. 이상한 것이 — 자유다. 이상하지 않으면 — 평범해야 한다. 평범해야 하면 — 맞춰야 한다. 맞추면 — 작아진다. 이상한 것이 크다. 이상한 것이 넓다. 이상한 것이 — 어디든 갈 수 있다.


잠이 들었다.


풀벌레 소리가 계속됐다.


별이 가득한 밤이었다.


— 13화로 이어집니다 —

다음 화 예고: "호남으로 향했다. 논과 들판이 있었다. 처음으로 농부들과 함께 밭을 맸다. '선비 양반이 왜 밭을 매오?' 시습이 대답했다. '배고파서요.' 농부가 웃었다. 밥을 차려줬다. 밥이 밥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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